北도발, 엇갈린 분석…“판 깬 것 아냐” vs “핵인질 전략”

입력 2017-08-27 15:03
북한이 지난 25일 선군절을 맞아 실시한 '백령도 연평도 점령훈련'의 한 장면. 사진=조선중앙TV

북한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엿새째인 26일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놓고 일각에선 ‘300㎜ 방사포’라고 분석했고, 다른 쪽에선 ‘소형 탄도미사일’에 무게를 뒀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쐈던 터라 ‘저강도 도발’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탄도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제재 요건에 해당되나 방사포는 그렇지 않다. 북한은 제재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다.

왜 이렇게 묘한 도발을 했을까. 그 배경을 놓고는 좀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는 판을 깨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향후 대화 가능성에 비중을 두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미국이 아닌 한국을 겨냥한 무력수단이란 점에서 진전된 형태의 도발로 보는 쪽도 있다. 미국을 상대로 정면 핵 위협을 쏟아내다 이제 한국을 ‘핵인질’로 삼는 전략까지 함께 꺼내든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北, 판 깨려는 의도 없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해 “두 가지 의도가 있는 듯하다. 첫째, 북한도 UFG 기간에 대응훈련을 하고 있는데 그 훈련의 일환으로 발사했을 수 있다. 둘째, 미국을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라기보다 내부 결속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내부 결속 다지면서 UFG에 대응하는 전술적 차원의 행동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 아닌 방사포라면 도발이라고 할 수도 없다. 북한이 판을 깨려는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역시 “단거리 발사체여서 미국에 대한 직접 위협이 아니었다. 미국도 도발로 여기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 발은 실패했는데 단거리 발사체 실패는 대개 고의적”이라며 “하나는 일부러 실패해 외부 제재 수위를 높이지 않고 뉴욕 채널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의사 표명과 체면치레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전략적인 도발과 관계가 없다는 건 분명하다”며 “일본는 NSC 개최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도 을지연습 기간에 통상적인 대응훈련을 해 왔는데 그런 차원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 ‘핵인질’ 전략 본격화?

핵무장국에 근접해 가고 있는 북한이 본격적인 ‘핵인질’ 전략을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렇게 보는 시각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일 선군절을 맞아 현지지도에 나선 점에 주목한다. 김 위원장이 찾아간 곳은 백령도·연평도 점령을 위한 가상훈련장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연평도 포격을 감행했던 북한은 이후 백령도와 연평도에 상륙해 일시적으로 점령하는 작전을 수립하고 가상훈련을 벌여 왔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훈련 장면에는 보트 수십 척과 무장한 북한군 특수부대 수백 명이 해안을 따라 줄지어 서있는 모습, 수십 문이 넘는 포가 섬을 향해 사격하는 장면, 특수부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수상침투해 상륙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그리고 다음날인 26일 깃대령에서 단거리 발사체가 발사됐다. 이틀에 걸친 상황은 모두 남한을 직접 공격하는 무력으로 채워졌다. 그동안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고 ‘괌 포위사격’ 등을 공언했던 북한이 타깃을 남한으로 전환해 ‘도발성 행동’을 한 것이다.

이는 핵 보유국이 활용하는 전략 중 하나인 ‘핵공갈’ 또는 ‘핵인질’ 전략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분쟁을 일으키면서 핵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해 반격을 제어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미 북한은 한반도를 공격할 수 있는 핵능력은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커드 계열의 단거리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핵탄두가 이미 소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