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뇌물’의 수혜자 정유라는… 결국 불구속기소할 듯

입력 2017-08-27 14:16

뇌물공여를 비롯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가지 혐의는 1심에서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그 중 핵심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를 지원하기 위해 제공된 돈이었다. 정유라씨는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깜짝’ 등장해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유죄 판결에는 그의 증언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정유라씨는 삼성그룹의 뇌물성 지원을 받은 수혜자인 동시에 그 재판의 유력한 증인이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이들이 대부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사법처리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건 정씨가 유일하다. 국정농단의 많은 부분이 그를 둘러싸고 벌어졌지만, 법원은 그에 대한 구속영장이 번번이 기각했다.

검찰은 정씨가 지난 5월 31일 덴마크에서 국내로 강제송환된 뒤 2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갔다. 두 번째 구속영장까지 기각된 뒤로는 가시적 수사 진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씨에 대한 수사 기류가 달라진 결정적 장면은 지난달 12일 정씨의 법정 출석 이후였다. 정씨는 예상을 깨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말 ‘세탁’을 삼성이 몰랐을 리 없다”는 등의 증언을 했다. 어머니 최순실씨와 삼성 측에 불리한 내용이었고, 이는 재판부의 유죄 심증을 굳히는 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검찰에선 정씨 처분을 미루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씨에게 추가로 적용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독일과 덴마크의 사법공조 문제로 수사 속도가 더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 1심 선고 이후로 처분 시점을 늦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정씨 증인 출석 이후 그에 대한 소환 조사는 한 번도 없었다.

정씨는 삼성 측 지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시종일관 “어머니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역시 두 차례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구체적 행위나 가담 정도 등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밝혔다. 정씨의 관여 정도가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덴마크 당국에 범죄인 인도청구까지 해서 데려온 정씨 사건을 아무런 처벌 없이 마무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검찰은 결국 적절한 시점에 그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수사를 종결할 것으로 보인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