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에 어머니 홍라희 전 관장이 불참한 이유

입력 2017-08-26 01:09
홍라희 전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피고인 이재용 징역 5년…”


법원이 25일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법정에는 정적이 흘렀고 재판 내내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던 이 부회장은 충격을 받은 듯 피고인석을 한동안 떠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의 운명을 가른 김진동 부장판사가 주문을 읽고 나가자 법정에는 탄식이 흘렀다. 정장 차림의 삼성 관계자들은 말없이 피고인석을 쳐다봤다. 선 채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이 부회장을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이 부회장의 징역 5년 선고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낸 방청객은 삼성 관계자와 일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밖에는 없었다. 어머니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날 선고가 진행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내 50개 좌석 가운데 70여석은 변호인단과 가족석으로 우선 배정됐지만 이 부회장의 모친인 홍 전 관장이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가족들도 재판 결과가 누구보다 궁금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재판정에 나오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되고,안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지 않았겠냐”고 가족들의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홍 전 관장 등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됐을 때도 곧장 면회를 가지 않았다. 구속 한달 만인 3월 16일이 돼서야 처음으로 20분 가량 면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모자(母子)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홍석현 중앙미디어그룹 회장은 홍 전 관장이 불화설에 대해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을 쓰며 애통해했다고 전했다.

당시 홍 전 관장은 곧바로 이 부회장 면회를 가려 했지만 이 부회장이 수시로 조사를 받는 데다 소환이 없을 때는 경영진과 현안을 논의하는 데 면회 시간을 쓰면서 기회를 잡지 못해 면회가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관장 등 가족들은 불참은 삼성 관계자가 밝혔듯이 신변상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이다. 공판 때마다 법정 안팎서 소란이 벌어지면서 안전 문제도 지적되고 있지만 언론에 노출돼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부회장 공판에 가족들이 참석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