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보다는 법 감정에 따른 해석들이지만 완전히 틀린 시각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이 부회장에게 매우 가혹한 형이 선고됐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국외재산도피, 횡령 등 여러 혐의들의 처단형(형량의 하한 상한을 계산한 최종 범위)은 징역 5년 이상 45년 이하에 해당했다. 결국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을 때에는, 처단형의 하한을 선고형으로 택한 셈이다.
이 과정에는 애초 특검의 기소 때보다 국외재산도피 관련 금액이 대폭 줄어든 영향도 작용했다. 온라인 여론으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도 많았지만,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법적으로 최소한의 형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판사가 재량에 따라 상한과 하한을 모두 절반으로 감경하는 ‘작량감경’이 있지만, 이를 선택하진 않았다는 얘기다. 법원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게 작량감경을 적용했다면 법적으로 가능한 최하한이 징역 2년 6개월”이라고 말했다.
법조인들 틈에서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단초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라는 점도 징역 5년이라는 양형에 반영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대통령이 요구할 때 어느 기업인이든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이 반영된 판단”이라고 해석했다. 또다른 판사는 “국민적 정서로는 약한 양형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법률가가 볼 때에는 유무죄나 양형 측면에서 적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재판 당사자들의 표정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솜방망이 처벌’ 여론과는 사뭇 다르다. 특검은 항소할 뜻을 밝히면서도 “재판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무죄를 확신했던 만큼 징역 5년형에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삼성 측 송우철 변호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나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는 코멘트를 했다. 그는 가장 아쉬운 부분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