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5년을 선고받는 순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동안 지켜왔던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 재판 내내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던 그는 재판부가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을 때부터 눈에 띄게 흔들렸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은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여느 때처럼 검은색 정장과 흰색 셔츠 차림으로 출석했다. 피고인석에 앉기 전 최지성(66) 전 삼성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등에게 살짝 눈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재판부가 법정에 들어오자 이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부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다시 자리에 앉은 이 부회장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엿보였다. 선고가 시작되자 이 부회장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정면을 응시했다. 그러나 자신의 뇌물 혐의를 인정하는 재판부의 첫 마디에 태도가 달라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김진동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은 삼성의 사실상 총수로서 다른 임원들에게 승마 및 영재센터 지원을 지시하고 범행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 그 가담 정도나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하자 이 부회장은 순간 이를 악물고 재판부를 바라봤다. 재판부가 계속해서 유죄 이유를 설명하자, 이 부회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벌린 채 법정 천장을 바라봤다.
재판부는 유·무죄 판단 이유를 설명한 뒤 유죄 판단에 따른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장 김 부장판사가 "피고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자, 이 부회장은 천천히 일어나 긴장된 표정으로 재판부의 선고를 들었다.
"이상과 같은 유죄 이유 및 양형 이유를 고려해서 다음과 같이 선고한다. 피고인 이재용 징역 5년."
재판장이 주문(主文·판결의 결론)을 들은 이 부회장의 표정은 굳어갔다. 재판부가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빠져나간 뒤에도 그는 쉽사리 법정을 나서지 못했다. 교도관의 안내를 받으며 발걸음을 옮긴 이 부회장은 방청석을 한 차례 둘러본 뒤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실로 향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