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징역 5년…법원 “정경유착 현재진행형”

입력 2017-08-25 16:03 수정 2017-08-25 16:2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기의 재판’ 1라운드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완패했다. 법원이 삼성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 부회장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본질은 정치 자본권력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오후 2시30분 417호 대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433억원대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지난 2월 28일 이 부회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지 178일 만이다.

앞서 박영수 특검은 지난 7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하며 총 5개의 혐의를 적용했다. 5가지 혐의는 ①뇌물공여 ②특가법상 횡령 ③특가법상 재산국외도피 ④범죄수익은닉 ⑤국회 위증이다.

핵심 쟁점인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법원은 총 72억을 뇌물죄로 판단했다. 재판부가 뇌물로 인정한 부분은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 ‘코어스포츠’에 용역대금 명목으로 지급한 36억과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 자금 36억이다.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승마지원의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고, 그러려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범관계도 인정돼야 했다. 법원은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계작업 인식할 수 있었다”며 “이 부회장이 승계작업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뇌물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 77억 중 72억 뇌물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은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특검은 삼성의 정유라씨 승마 지원에는 대가성이 있다고 봤다.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돈을 주진 않았지만, 삼성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라 할 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대가성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최씨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무기로 강요해 어쩔 수 없이 지원했고, 이 또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계열사의 다양한 현안에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허구의 프레임을 씌웠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뇌물공여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그와 연관된 나머지 혐의들도 잇따라 유죄로 선고됐다. 법원은 이 부회장이 정씨 승마지원을 위해 회삿돈 64억원을 횡령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코어스포츠 현지 계좌로 송금한 282만 유로는 국외재산도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정씨 승마지원 사실을 보고받은 적 없다고 거짓 증언한 점도 유죄로 인정됐다.

삼성 측은 법원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할 뜻임을 밝혔다. 애초에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특검은 징역 5년이 나온 데 대해, 항소심에서 중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