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지 못한 이재용… '징역 5년' 뇌물 인정 금액은

입력 2017-08-25 15:50 수정 2017-08-25 15:5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삼성그룹 총수가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은 1938년 삼성 창업이래 79년만에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2시30분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삼성 측이 최씨 측 승마 훈련과 관련해 지원한 부분을 뇌물로 판단했다. 또 최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도 뇌물로 인정했다.

뇌물 인정 액수는 승마 지원 77억9735만원 가운데 72억원이다. 이 자금을 회삿돈으로 조성한 점에서 횡령 혐의도 인정됐다. 최씨가 독일에 세운 코어스포츠로 송금한 용역대금도 모두 뇌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최순실·정유라씨 존재를 인식하면서도 국회에서 위증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삼성이 자본거래 신고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외재산도피 혐의도 인정했다.

또 삼성이 최씨가 사실상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출연한 16억2800만원도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특경법상 횡령 혐의는 뇌물로 판단한 승마 관련 지원금 중 64억원에 대해 인정됐다. 이 과정에서 '말 세탁'을 한 부분에 적용한 범죄수익 은닉 규체 및 처벌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됐다.

반면 공소사실 가운데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부분은 뇌물과 횡령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이건희 회장 이후를 대비해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꾸준히 준비하던 삼성 임원들이 우리나라 경제정책과 관련해 최종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승계 작업에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 뇌물을 지급하고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했으며 재산을 국외로 도피하고 범죄수익 은닉에 나아간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 사건의 본질은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밀접한 유착"이라며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정경유착이 과거사가 아닌 현실에서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상실감은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삼성 임원들로서 사회에 미친 경제적 영향력도 크다"고 질타했다.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해선 "청탁 대상이었던 승계로 인한 이익을 가장 많이 향유할 지위에 있고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했다기보다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 추진이 개인 이익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도 양형에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2월 28일 구속됐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