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용품 사용 후 다리 절단한 모델…'생리대 전 성분 표시제' 강조 (영상)

입력 2017-08-25 10:37 수정 2017-08-25 10:43

‘릴리안’ 생리대의 안전성 논란이 생리대 제품 전반에 대한 불안감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온스타일' 유튜브 채널에는 ‘생리대 전 성분 표시제'가 시급한 이유라는 제목의 3분짜리 짧은 영상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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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는 2013년 생리대를 불태우는 실험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양학자 안드레아 던스키가 등장한다. 그는 “나와 함께 실험을 진행한 팀원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실험 결과를 보고 매우 놀랐다. 일회용 생리대가 그렇게 빨리 불에 탈줄 몰랐다. 그래서 생리대가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무척 궁금했다”고 밝혔다.


이 실험영상을 보고 분노한 시민단체와 여성들은 지난 5월, 워싱턴 D.C에 모여 제조업체로 하여금 생리 용품의 성분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시위를 가졌다. 이들은 “여성들은 생리용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안전한지 확인할 권리가 있다”고 피력했다.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 연구소장 알렉산드라 스크랜톤도 생리대 전성분 표시를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생리용품은 여성 신체에 밀접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그 안에 무슨 물질이 들었지 알고 싶은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스크랜톤은 미국에서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4종류 생리대 성분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스티렌, 클로로메탄, 아세톤 등 유독성 물질이 생리대에서 검출됐다. 스티렌은 발암물질이고 클로로메탄은 생식기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리용품 때문에 다리를 절단한 27살 여성의 사연도 소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 모델 와셀은 2012년 탐폰을 사용한 뒤 “열이 41도까지 올라가고, 내 신장과 장기들은 점점 기능을 멈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TTS 증후군(삽입식 생리용품 사용으로 질 내에 발생한 유해 박테리아 때문에 생리는 질병)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그는 영상을 통해 “그 사건 이후로 탐폰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겪은 일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생리대 전 성분 표시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미국 뉴욕주 캐롤라인 말로니 의원은 “생리대 용품은 몸과 가깝게 사용되고 있고,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생리대 전 성분 공개’ 법안을 9번이나 발의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생리대나 탐폰(체내형 생리대)등 여성용품을 의료기기로 분류해 관리한다. 따라서 의약품엔 필수인 ‘전 성분 표시' 의무가 생리대엔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있어 전성분 공개 의무가 없는 실정이다. 이번 릴리안 생리대 사태 논란으로 인해 여성들은 “생리대의 부작용 사태가 개별 제품만의 문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생산판매업체들의 전면 조사와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성환경단체는 현재 생리대에 포함된 전성분을 공개해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화장품처럼 투명하게 성분 정보를 표기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에서 판매 중인 생리대의 경우 원료 및 성분 전체를 공개하고 있는 업체는 유한킴벌리와 깨끗한나라 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공식 사이트에만 모든 원료 및 성분을 기재하고 있을 뿐 제품에는 주요성분만 기재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22일 생리대, 마스크에 대해서도 모든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전 성분 표시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