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VIP)'가 포털사이트에서 '별점 테러'를 받고 있다. 영화 속에서 여성이 지나치게 성적인 도구로 다뤄졌다는 이유에서다. SNS에서도 여성 네티즌을 중심으로 "견딜 수 없이 불쾌했다"는 평이 쏟아졌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드라마다. '신세계'를 만든 박훈정 감독이 연출했고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영화는 개봉 첫날부터 17만 4023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24일 현재 예매율 역시 1위(25.1%)다.
그런데 이런 흥행세와 정반대로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네이버의 브이아이피 영화평점 페이지에는 가장 낮은 점수인 '1점' 후기가 줄을 이었다.
네티즌들은 영화 내내 등장하는 성폭행 장면과 살해 묘사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여성을 폭력적으로 소비했다는 비난이 컸다. 실제로 브이아이피에 이름이 있는 여성 배역은 없다. '여성 시체' 역할을 맡은 신인 배우는 무려 9명이나 된다.
SNS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태어나서 본 영화 중에 제일 기분이 나빴다"며 "그 어떤 여성분도 안 봤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비겁하고 불쾌한 영화"라며 "여성은 살육된 나체로 쓰이고 버려질 뿐"이라고 말했다.
브이아이피가 보여준 한계가 우리나라 영화 전반의 문제라는 의견도 많았다. 다수의 작품이 극중에서 여성을 약자·피해자로만 묘사한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이런 영화들이 흥행할 수록 신인 여배우가 설 자리는 벗는 배역밖에 없다"며 씁쓸해 했다.
한편 박 감독은 24일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살인 수법 수위와 여성 캐릭터 논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런 장르 영화에서, 더욱이 범죄자가 이미 잡힌 상황에서, 영화에 긴장을 더하려면 그런 장면이 연출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표현의 수위와 불쾌하다거나 배려가 없다는 그런 반응들에 대해선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고민과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죄영화를 만들 때 영화적인 리얼리티에 제한을 둬야 할지는 고민이 계속 된다. 여성 캐릭터에 대한 묘사는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