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안 생리대’ 사용자 3명 중 2명 “생리주기 변해”…이틀간 제보 3000건

입력 2017-08-24 18:23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들이 '생리대 전수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작용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릴리안 생리대’ 사용자 3명 중 2명은 월경주기가 줄거나 끊겼고, 생리통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환경연대는 24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제보 결과를 보고했다. 정부 차원의 생리대 성분 분석 및 부작용 실태 조사, 관련 대책 수립 등도 촉구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21일 오후 9시부터 약 47시간 동안 3009건의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시간당 약 64건, 분당 최소 1건 이상의 제보가 들어온 셈이다.

여성들은 생리주기가 변하거나 생리통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주기가 변했다는 비율은 65.6%(1977명)로 집계됐다. 1~2개월 변화는 22.7%(684명), 3개월 이상은 10.3%(311명)이었고, 심지어 6개월 이상도 12.3%(370명)를 차지했다.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비율도 68%(2045명)로 집계됐다. 

릴리안 생리대 사용 후 질염과 같은 염증 질환을 겪은 제보자 비율은 55.8%(1680명)였다. 최근 3년 이내에 생리 및 자궁 질환으로 검진·진료를 받은 경우도 49.7%(1495명)로 전체 제보자의 절반 가까이 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발병한 질환은 질염(51.4%)이었고, 생리불순(38.1%), 자궁근종(13.5%), 자궁내막 관련 질환(9.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실제 제보자들이 직접 경험한 피해사례를 언급했다. 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부터 5~6일 생리를 하던 게 하루씩 줄더니 3일이 되고, 2017년부터는 하루밖에 안 할 정도로 줄었다”며 “생리대 때문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1년 이상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리대를 바꾼 뒤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생리를 이틀 정도만 하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생리가 멈추는 게 아닐까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2014년부터 3년간 꾸준히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20대 B씨는 생리주기 변화에 따른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27~30일 주기이던 (생리주기가) 2~3주마다 변하고 3개월 동안 1번으로 변하기도 했다”며 “불규칙적인 주기가 3년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리대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B씨는 “릴리안뿐만 아니라 모든 일회용 생리대가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제대로 표시도 안 한다”며 “여성 대부분은 생필품을 오직 광고에만 의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생리대에서 발암물질 검출됐다 해서 릴리안으로 바꿨는데, 다른 걸로 또 바꾼들 안전하리라고 볼 수 있겠느냐”며 불안함을 토로했다.

여성환경연대 등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조속한 원인규명과 건강 역학조사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릴리안 생리대뿐만 아니라 모든 일회용 생리대 제품에 대한 성분조사 및 위해성을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현행 허가기준 외에 각종 유해화학물질을 전반적으로 조사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밖에 생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의 변화도 촉구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생리통, 생리대 사용과 불편함과 어려움 등 여성들이 호소하는 생리 관련 증상은 ‘사소하고 개인적인 사건’으로 폄하돼 주목받지 못했다”며 “누구도 책임 있게 관련 조사나 대책을 마련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여성위생용품 속 유해물질 및 여성건강에 대한 무관심을 벗어나고,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