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폭우 속에서 용케 살아남는다. 그리고 밤마다 머리맡으로 다가와 귓가를 맴돌며 왱왱거린다. 덥고 습한데, 모기까지 나타나는 여름밤 잠자리는 고단하다. 창문 너머 쏟아지는 굵은 비를 보며 생각한다. ‘비는 뭐해. 모기나 잡지. 전부 빗나가나?’
모기는 비를 피한다. 이런 사실은 2012년 6월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의 고속도카메라 실험에서 증명됐다.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렸고 영국 공영방송 BBC에 보도됐다.
모기 한 마리의 무게는 보편적으로 3㎎ 안팎. 빗방울 하나는 모기보다 무겁다. 모기를 사람으로 비유하면, 소나기는 하늘에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애드벌룬 ‘물폭탄’과 같다. 하지만 모기는 빗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했다.
조지아공대 연구진 고속도카메라에 잡힌 모기는 떨어진 빗방울로 재빠르게 올라타 그 위로 올라갔다. 이어 빗방울이 땅에 닿기 전에 시속 30㎞의 속도로 비행해 탈출했다. 모기의 무게를 감안하면 빗방울에 발이 묶여 탈출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기는 방수 털로 뒤덮여 젖지 않는다.
모기는 빗방울에 부딪혀도 가벼운 체중 덕에 충격을 받지 않는다. 운동량을 잃지 않아 2차 동작을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모기가 빗방울에서 떨어져 나가는 과정에 대한 추가 연구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유독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24일 “저녁까지 중부지방에서 시간당 50㎜ 이상의 강한 비가 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기는 이 빗줄기에 맞아 죽지 않고 잠든 사람에게 다가간다. 오늘밤도 예외는 아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