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정말 살기 좋은 나라… 은행대출도 온갖 '혜택'

입력 2017-08-24 16:50

지난 2분기에 금융기관에서 가장 많은 돈을 빌려간 업종은 부동산업과 임대업이었다. 부동산·임대업 대출 규모는 2분기 전체 대출금의 51.7%를 차지했다. 산업계 대출금 절반 이상이 부동산으로 흘러간 것이다. 

초등학생이 장래 희망으로 '건물주'를 말하는 현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서글픈 우스개의 이면에는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금융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다. 경제의 주력인 제조업은 저금리 상황에서도 대출을 줄이며 움츠러드는 반면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임대업은 저금리를 기회 삼아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은행은 24일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현황을 발표했다. 4~6월 부동산업과 임대업 대출금은 7조4000억원 늘어나 분기별 증가액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말 현재 잔액은 187조5000억원으로 이 역시 1년 전에 비해 14.3%나 증가했다. 전 업종 가운데 독보적 1위다. 

2분기 제조업 대출은 1조2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고, 대부분 반도체 장비가 포함된 쪽에서 나왔다. 부진의 늪에 빠진 조선업종은 2분기 대출액이 1조8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6월 말 잔액과 견주면 1년 만에 대출이 25.7%나 감소했다. 자동차 역시 불황 여파로 석 달 만에 대출금이 2000억원 줄었다.


부동산·임대업은 건물과 땅이라는 담보가 확실해 은행으로서는 대출 위험도가 낮다고 여긴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으려면 온갖 곳의 증명을 받아 은행에 제출해야 하는 반면, 부동산·임대업은 등기부등본 한 장에 월세 납입 실적이면 된다. 이 때문에 특별한 기술력이 없는 건물주에 온갖 금융 혜택이 몰리는 편중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금융’이란 정책 방향과 배치된다. 금융이 4차 산업의 마중물 역할은커녕 부동산에 실탄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정부가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다주택자들이 가계대출을 벗어나 부동산·임대업으로 등록해 대출을 받는 풍선효과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임대업자가 건물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시설자금을 신청하면 저리로 대출 편의를 봐줘야 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