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은 ‘불안’을 먹고 오른다… 北·트럼프 리스크에 ‘쑥쑥’

입력 2017-08-24 16:15

국제 금 가격이 최근 대폭 상승했다. 한 달 전만 해도 국제경기 회복에 하락세를 보이던 금 시세가 지난 한 달 사이 40달러나 올랐다. 반면 달러화 가치는 반등세가 흔들리고 있다.

금값 상승을 이끈 것은 ‘불안심리’였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됐고, 이는 북·미 간 거친 ‘말싸움’이 오가며 더욱 증폭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른 외교 마찰과 국내 갈등을 초래하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 시세도 북한과 트럼프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블룸버그는 23일(현지시간) 달러화 금지수(XAU/USD)가 1온스 당 1290.96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5일 1250.06달러였던 데 비해 대폭 상승한 것이다. 이날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3.70달러(0.3%) 오른 온스당 1294.70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21일에는 1296.70달러까지 오르며 6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이날의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성 지지자들을 모아 놓고 "비록 우리가 정부를 폐쇄해야 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멕시코) 장벽을 지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장벽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한 연설의 영향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는 아마도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를 끝내버릴 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승세가 지정학적 리스크 탓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와 대사관 직원 추방 및 비자 발급 중단의 외교 마찰을 빚으면서 시작된 금값 상승세는 북한과의 마찰로 가속이 붙었다. 이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출렁이고 있다.

구리, 아연 등 비철금속 가격 랠리도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 22일 t당 6580달러를 돌파하며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알루미늄, 아연도 최근 각각 3년, 10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비철금속 가격 급등의 원인은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달러화 가치 하락에 있다. 구리 가격은 경기에 선행해 움직여 ‘닥터 쿠퍼(Dr.Copper)’라고 불려왔다. 전자제품, 건설, 운송기계 등 쓰임새가 많아 가격 추이가 세계 경기 사이클과 겹친다.

최근 호조세였던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국 경제 지표가 비철금속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값과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 것도 비철금속 가격을 끌어올렸다. 비철금속이 달러로 구입되는 만큼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자연스레 비철금속 수요가 느는 것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