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롯데 자이언츠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어게인 2011’을 노리고 있다. 흥분한 팬들은 ‘어게인 1992’까지 바라는 분위기다. 선발-불펜-타선의 삼박자를 앞세워 후반기 강호로 거듭난 롯데의 끝은 어디일까.
2017 한국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전반기를 41승 44패 1무(승률 0.482)에 7위로 마쳤던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23일까지 치른 후반기 31경기에서 20승 10패 1무라는 호성적을 거두며 4위까지 뛰어 올라 5년 만에 가을야구 초대를 노리고 있다.
이러한 맹추격은 정규리그 2위에 올랐던 2011년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전반기를 5위로 마쳤으나 후반기 순위를 끌어 올린 롯데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전반기 부진하다 후반기에 상승 중인 올 시즌 ‘어게인 2011’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4위 자리를 굳힌다면 23일 기준 4게임차인 3위 NC 다이노스를 추격할 수 있다. 이에 팬들은 ‘어게인 1992’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당시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삼성 라이온즈와 해태 타이거즈를 격파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자랑하던 빙그레 이글스를 한국시리즈에서 제압, 롯데는 대권의 주인공이 됐다.
팬들을 설레게 한 롯데의 후반기 돌풍은 투수진이 두터워진 게 가장 주요한 요인이다.
선발에서는 국내에 복귀한 조쉬 린드블럼이 적응을 마치고 ‘린동원’(린드블럼+최동원) 이름값을 하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2승을 챙겼다. 특히 2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상대 강타선을 8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꽁꽁 묶으며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브룩스 레일리도 시즌 초 부진을 털어내고 후반기 등판한 7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보이며 3승을 거두는 등 맹활약 중이다. 또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박세웅, 신예 김원중까지 탄탄한 선발진을 롯데는 구축했다.
불펜에서는 30세이브에 선착한 손승락이 버팀목이 되고 있다. 불안하던 ‘롯데시네마’가 아닌 롯데의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세이브 1위인 현재 페이스라면 토종 선수 중 최초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구원왕에 오를 전망이다. 좌완 이명우도 8월 들어 12경기에 등판, 2승 무패 3홀드를 올리는 등 필승조로 활약해주고 있다. 두 선수 외에도 장시환, 조정훈, 배장호 등 불펜진이 버텨주면서 역전승의 발판을 만들어 주고 있다.
타선에서는 부진에서 벗어난 최준석이 중심을 잡아 주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18타수 9안타(1홈런 포함) 6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는 22∼23일 KIA와의 2연전에서 이틀 연속 홈런을 때려냈다. 거포 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또 손아섭, 전준우 등 상위 타선은 물론 문규현, 김동한 등 하위 타선도 힘을 내주고 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야구는 분위기 싸움인데 롯데가 상승세를 타고 있고 선발-불펜-타선 등 주요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다”면서 “손승락이 지금처럼 최고의 활약을 해주고 투수진이 버텨준다면 가을야구를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고 분석했다.
안치용 KBSN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진 느낌이 들고 한 번 해보려는 게 눈에 보인다”며 “이대호, 최준석, 손아섭이 타선을 잘 이끌어주고 있고 손승락 등 불펜의 구성도 좋다”고 상승 요인을 설명했다.
다만 안 위원은 “지금 같은 분위기면 가을야구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역전승이 많다는 건 그만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선수들 컨디션 관리와 불펜 과부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롯데와 올 시즌 ‘어게인 2011’의 꿈을 이루고 ‘어게인 1992’의 감동을 맛볼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