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인 줄 알았다”…‘릴리안 생리대’ 분노가 커진 이유

입력 2017-08-24 10:03

‘릴리안 생리대’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생리대 생산업체인 깨끗한나라가 오는 28일부터 시중에 유통된 제품에 대해 환불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피해자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해온 여성들의 ‘뒤늦은 고백’에는 그동안 남모르게 고통받아온 문제가 모두 자신 탓이라고 생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집단소송에 참여한 한 여성은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법정원 게시판에 “며칠 전에도 사용했는데 생리 양이 너무 적고, 생리통이 심했다”며 “‘내가 나이 먹어 그런가보다’ 생각했다”고 썼다. 생리혈이 줄고 생리통이 심해지는 건 '나이가 들어서' ‘피곤해서’ ‘스트레스가 심해서’ 등 자신 탓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했을 뿐, 생리대 때문일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생리대 사용기간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4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있다. 소송에 참여의사를 밝힌 다른 이는 “릴리안 생리대를 6개월 이상 사용했는데 생리혈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심한 질염 증상으로 병원에서 여러번 검사를 받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이 커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 4분기 예정돼 있던 품질검사를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벤젠 등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유해성 검사의 경우 관리기준이 없어 검사를 앞당긴다고 해도 당장 유해성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