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공군 전투기가 출격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당시 출격명령을 받고 비상대기했다는 'A-37' 공격기는 처음 제작될 때부터 ‘반란·폭동 진압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래곤플라이’(dragonfly·잠자리)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A-37은 미국 세스나 사가 개발한 훈련기 T-37에서 파생된 비행기로 베트남전 때 미 공군이 실전에 투입해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공격기로 몸집은 작지만 공대지(하늘에서 지상으로) 공격이 가능하도록 날개 아랫부분에 총 6000파운드에 달하는 폭탄과 7.62㎜ 기관포를 탑재할 수 있다. 우리 공군은 1976년부터 도입해 운용해 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 등이 온라인에 게재한 설명에 따르면 A-37은 반란과 폭동 진압을 포함해 국지전에 대비한 공격·정찰기로 개발됐다. 접두어 ‘A'는 ‘Attack’(공격)의 이니셜이다.
이와 관련해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경남 사천의 훈련비행단에서 A-37로 훈련을 받았다고 밝힌 조종사 출신 예비역 공군 장성 A씨는 지난 22일 JTBC와 인터뷰에서 “평소 주임무가 훈련용이어서 무장이 없다가 광주민주화운동 발발 후 폭탄이 장착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대지 500파운드 폭탄과 12.5㎜ 기관총을 탑재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당시 수원 전투비행단에서 F5 E/F 전투기 편대장을 맡았던 전직 조종사 B씨도 “5·18 사나흘 뒤 비행단 전체에 출격 대기명령이 떨어졌고, 500파운드짜리 폭탄 2발과 20㎜ 고성능 기관포 등 평소 하지 않던 공대지 실무장을 했다”고 증언했다. A-37의 특성과 두 전직 조종사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당시 상황이 공대지 공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음을 의미한다.
우리 공군은 에어쇼 담당 특수비행팀인 ‘블랙 이글'에서도 1994년부터 A-37을 활용해왔다. 큰 날개를 활용해 에어쇼에 필요한 선회 성능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5월 어린이날 행사 도중 추락한 사고를 계기로 운용기종이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으로 교체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