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공판 방청권 추첨 경쟁률이 15대 1을 기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생중계가 불발됐다.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 선고공판의 생중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이 전 부회장과 달리 전직 대통령으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에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판단이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국정농단과 관련한 이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형사사건 선고재판에 대한 촬영·중계를 불허한다고 23일 밝혔다. 핵심은 ‘공공의 이익’이었다. 재판부는 “선고재판 촬영·중계로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과 피고인들이 입을 불이익이나 손해를 비교해볼 때, 공공의 이익이 상당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생중계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이 때문에 10월쯤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박 전 대통령 선고공판도 생중계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선고 생중계는 허용될 가능성이 좀 더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민간인 신분인 이 전 부회장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최고위 공직자였던 터라 공공의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그만큼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한 상황이다.
대법원이 최근 개정한 법정 촬영 및 중계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재판중계방송은 ①피고인의 동의가 있고 ②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허용된다. 물론 피고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또는 반대로 피고인의 동의가 있어도 재판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의 촬영·중계를 불허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부회장의 1차 공판에서 각각의 재판부가 상반된 결정을 내린 점도 박 전 대통령 선고 생중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지난 4월 7일 열린 이 부회장 1차 공판은 ‘재판 개시 전 촬영’이 불허됐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촬영이 허용됐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지난 5월 23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1차 공판에서 언론에 사진·방송 촬영을 허가했다. 첫 공판부터 이 전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준이 달랐던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탄핵 선고를 받았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는 장면은 전국으로 실시간 중계됐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탄핵의 연장선에 있어 이 또한 생중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