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물에 잠긴 차량에 뛰어들어 7개월 된 아기와 일가족을 구한 시민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달 31일 광주 광산구 소촌동 송정지하차도에서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승용차가 잠겼다.
순식간에 어른 키 높이 만큼 잠겨버린 지하차도에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흰색 카렌스 승용차가 유리창과 지붕만 드러낸 채 물 위에 떠 있었다. 차 밖에서는 A(35·여)씨와 A씨의 어머니, A씨의 둘째 딸(3)이 물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마침 송정지하차도 주변을 지나던 최현호(38)씨는 그 모습을 발견하고 아내에게 119에 신고하도록 한 뒤 물 속에서 A씨 가족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이들 3명은 최씨에 의해 무사히 물 밖으로 옮겨졌지만 차 안에는 한 명이 더 있었다. 할머니와 아이 어머니는 "뒷좌석 카시트에 7개월 된 아들이 있다"고 절규했다.
다시 물 속으로 뛰어든 최씨는 가까스로 운전석 문을 열었지만 이미 물 속에 잠긴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물속으로 잠수한 최씨는 손으로 차 안을 더듬거리며 아이를 찾아 물 밖으로 구조했다.
아기를 안고 물 밖에 나온 최씨는 아기가 숨을 쉬지 않자 인공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최씨와 어머니는 쉬지 않고 인공호흡을 했고 오후 6시10분쯤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에 의해 아이는 병원에 옮겨졌다. 다행히 아이는 고열 증세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건강을 회복하고 최근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가족들은 생명의 은인인 최씨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진흙탕물 속으로 뛰어든 최씨의 결단과 용기, 희생이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며 "최씨에게 구청장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