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통일장관의 고백 “남북관계 모멘텀 철저히 실패”

입력 2017-08-23 16:15
사진=뉴시스

박근혜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류길재 전 장관이 박근혜정부가 남북관계 변화의 모멘텀(동력)을 확보하는 데 “철저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본인이 속했던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고백한 셈이다.

류 전 장관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실과 통일연구원이 공동주최한 ‘한국 주도의 통일·대북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밝히며 “내가 열심히 대통령을 도와 그런 일들을 해냈어야 했다는 아쉬움과 반성이 든다”고 말했다.

류 장관의 발언은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면서 나왔다. 그는 지난달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말로는 사실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현실적인 국제정치에 대한 인식을 솔직히 표현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팀워크를 갖고 소통하면서 일한다면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해도, 바꿀 수 있는 모멘텀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그런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는 이 점에서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보수 야당이 주장하는 ‘코리아패싱’(북핵 등 한반도 논의에서 남한이 배제되는 상황)이나 ‘통미봉남’(북한이 미국과만 협상하고 남한은 배제하는 전략)과 같은 용어는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낸 정치적 용어라는 견해를 밝혔다. 류 전 장관은 “이 용어는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다른 진영을 공격하는 데 쓰이는 것”이라며 “보수가 진보에, 진보가 보수에 너희처럼 그렇게 하면 코리아패싱이나 통미봉남이 온다고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해하는 바로는 코리아패싱이나 통미봉남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통일장관 재직 시절에도 이런 현상을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어떤 맥락에서 코리아패싱이나 통미봉남 같은 용어를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 류 전 장관은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통일대박론이 극단적으로 양분화한 상황을 지적하며 우리 사회에서 통일 정책·담론·교육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대한민국 수준으로 통일은 역경의 과정이자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면서 문재인정부가 평화와 양립하는 통일담론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