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모드’ 들어간 MBC 경영진…노조 총파업 ‘초읽기’

입력 2017-08-23 15:41


MBC 경영진이 노조 측의 사퇴 요구에 대해 “퇴진은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MBC 측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장겸 사장이 오전중 주재한 확대간부회의 발언을 소개했다. 김 사장은 “노조가 정치권력과 결탁해 합법적으로 선임된 경영진을 억지로 몰아내려 한다”며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5년전 MBC 노조 파업을 언급하며 “당시 파업 이유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집회 보도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불공정하게 했다는 것”이라며 “한·미 FTA는 대표적으로 성공한 외교적 성과물로 평가받고 있다”고도 했다. 노조가 명분 없는 파업을 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특정단체나 정치집단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제작자율성과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경영진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노조 측과의 갈등도 깊어질 전망이다. 노조는 이날 ‘MBC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과 김장겸 사장 등 전·현직 간부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앵커나 주요 프로에서 노조원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능력과 소질이 아닌 정치적 성향으로 인력을 가르고 마이크를 뺏는 등 불법행위를 기획·실행했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는 총파업 찬반여부를 묻는 투표를 24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아나운서 27명을 비롯해 보도국 및 비보도국 소속 기자 146명, 시사제작국 기자·PD 30명, 콘텐츠제작국 PD 30명, 카메라기자 50명 등이 제작거부에 동참했다. 지난 21일에는 예능 PD와 라디오 PD 36명도 총파업 동참 의사를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