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재용 선고 생중계 불허한 4가지 이유

입력 2017-08-23 15:35 수정 2017-08-23 17:5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공판 생중계를 불허하며 제시한 이유는 4가지다. ① 피고인의 부동의(不同意) ② 생중계의 공익보다 큰 피고인의 사익 침해 ③ 공범관계인 다른 피고인들이 입게 될 불이익 ④ 첫 공판 개시 전 촬영도 불허했던 전례 등이다. 핵심은 이 부회장 선고공판을 생중계함으로써 얻게 될 공공의 이익이 그리 크지 않다는 거였다.

서울중앙지법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27형사부 재판장이 결정한 이 부회장 선고공판 생중계 불허 방침을 전했다. 이 부회장 선고공판은 방청권 추첨 경쟁률이 15대 1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돼 있다. 대법원이 최근 주요 재판 선고의 TV나 인터넷 생중계를 허용할 수 있도록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 첫 적용 사례가 되리란 전망이 많았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4조 2항은 ‘재판장이 피고인의 동의가 있는 때에 한해 (촬영 등을) 허가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허가함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중계방송을 허용하려면 ① 피고인의 동의가 있거나 ②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돼야 하는 것이다.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허가할 수 있고, 거꾸로 피고인이 동의해도 재판장이 여러 사정을 고려해 촬영과 중계를 불허할 수도 있다.

법원은 “이 부회장 등 피고인 5명 모두가 선고공판 생중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판단은 재판장의 몫으로 넘어갔다. 재판장은 “선고공판 생중계로 인한 공공의 이익이 이 부회장에 대한 사익 침해, 공범관계인 다른 피고인들의 불이익보다 상당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공의 이익’에 대한 판단 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공범 관계에 있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다른 피고인 4명의 불이익이나 손해, 또 헌법상 보장된 무죄추정 원칙 등이 함께 고려됐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재판부가 지난 4월 7일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공판에서 같은 이유로 개시 전 촬영을 불허한 전례 역시 선고공판 생중계 판단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법원은 “촬영·중계 허가 기준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지 않았다”며 “‘판결 선고가 생중계 대상으로 추가됐다’는 내용의 규칙 개정만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판단이 이전과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