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엔진 꽝꽝 생산하라" 김정은이 특별히 강조한 까닭

입력 2017-08-23 10:02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소재를 개발·생산하는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시찰했다. 이 자리에서 ‘고체엔진’을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생산 능력을 확장해 고체 로켓 발동기와 로켓 전투부 첨두를 꽝꽝 생산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고체 로켓 발동기’는 미사일에 사용되는 ‘고체엔진’을 뜻한다. 액체 연료 대신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이다. 북한은 지난 5월 “고체 연료 엔진을 사용한 ‘북극성 2형’을 실전 배치한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의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고체엔진을 강조한 것은 ‘임의의 시각’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란 뜻이다.

◇ 김정은 “고체엔진 꽝꽝 생산하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현지지도하시었다. 연구소에서는 화성 계열 로켓들의 열보호 재료와 전투부, 분출구 재료를 비롯해 현대적인 무장 장비들에 쓰이는 여러 화학재료 연구개발과 생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최근 대륙간탄도로켓의 전투부 첨두와 고체 발동기 분출구 제작에 이용하는 최첨단 '3D탄소/탄소-탄화규소' 복합재료를 개발하고 국산화하는 데 성공해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에서 대성공을 이룩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로켓 기술 선진 국가들에서 만든 것보다 밀도, 세기, 침식 속도 등 모든 특성값이 더 우월하다”며 “연구소 개건·확장 공사 등 제기되는 문제가 있으면 모두 내가 풀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별 상금'도 전달하며 “꽝꽝 생산하라”고 했다.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이 지난 5월 21일 평안남도 북창의 이동식 발사대에서 솟구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 미사일에 고체연료가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아래 사진은 북극성 2형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대기권 중층부에서 내려다본 지구. 북한이 미사일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었다. 노동신문

◇ 고체엔진, 언제 발사할지 가늠키 어려워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은 대부분 액체연료를 사용했다. 지난 5월 14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지대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도 액체연료를 사용한 대용량 엔진을 이용했다. 북한이 가장 많이 보유한 단거리미사일 스커드도 액체연료를 쓴다. 액체연료는 추진력이 강하지만 연료 주입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발사 조짐이 사전에 노출되곤 했다.

반면 고체연료를 쓰면 연료 장착에 걸리는 시간에 짧고, 연료를 채운 뒤에도 오랜 기간 대기할 수 있다. 안정성이 훼손될 염려도 적다. 기동성과 생존성도 뛰어나다. 북한은 단거리미사일 KN-02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1형’에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했다. 신속 기동과 신속 발사가 가능한 데다 언제 발사할지 가늠키 어렵다.

북한 미사일은 올 들어 액체연료 엔진 위주에서 고체연료 엔진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보완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북한 미사일 움직임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는 정찰 자산 확보에 최우선권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