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는 롤랑무레…” 명품 휘감고 자랑했던 美재무장관 부인 “사과”

입력 2017-08-23 09:15

“바지는 롤랑 무레, 스카프는 에르메스, 선글래스는 톰 포드, 구두는 발렌티노….”

스티브 므누신(55) 미국 재무장관의 부인인 루이즈 린튼(37)은 21(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이런 글을 적었다. 사진은 남편과 함께 켄터키주를 방문해 장관 전용기에서 내리는 모습이었다. 린튼은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옷과 신발, 선글래스 등의 브랜드를 사진 밑에 일일이 적었다. 누가 봐도 ‘명품 자랑’이란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무용 전용기에서 그가 내리던 장면은 패션잡지의 한 페이지를 연상케 할 만큼 화려한 ‘비주얼’을 담고 있었다. 더구나 켄터키주는 미국에서 빈민 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린튼의 사진과 글을 본 미국인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언론도 이 사진을 일제히 보도하며 비판적 글을 실었다. 뉴욕타임스는 “명품을 사랑하는 재무장관 부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비판 여론을 고조시킨 건 린튼의 반응이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 오리건주에 사는 한 주부가 댓글을 달았다. 세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제니 밀러(45)는 “우리 돈으로 당신이 좋은 여행을 했다니 기쁘네요”라며 세금이 들어간 린튼의 ‘명품 여행’을 비꼬았다. 그러자 린튼은 이 글에 반박 댓글을 올렸다.

“미국 정부가 나와 남편의 신혼여행 비용도 지불했다는 건 알고 있나요? 당신이 나와 남편보다 미국 경제에 더 많이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세금 액수로 보나, 국가를 위한 헌신으로 보나. 이 짧은 여행을 위해 당신이 낸 돈보다 우리가 낸 돈이 훨씬 많답니다.”

자신이 오리건의 주부보다 훨씬 더 부자이고, 따라서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으니, 국가에 대한 헌신 역시 훨씬 더 많이 하고 있으므로 세금을 이용한 이런 여행을 충분히 즐길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 거였다.

이후 네티즌과 언론의 비판이 쇄도하자 린튼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한 언론은 제니 밀러를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린튼의 계정이 닫히지 않았다면 반박 글을 올렸을 것”이라며 “내가 썼던 짧은 문장에 린튼은 긴 답변을 달면서 자신이 더 중요하고, 더 똑똑하며, 더 부자이고, 더 나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말을 섞은 게 후회됐다. 켄터키는 부유한 주가 결코 아닌데, 그런 곳에 가면서 왜 그토록 브랜드 자랑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린튼은 22일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어제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과 (비판 여론에 대한) 나의 반응에 대해 사과한다. 부적절했고, 매우 둔감했다( highly insensitive)"고 밝혔다.

린튼은 지난 6월 18세 연상인 므누신과 결혼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므누신은 세 번째 결혼, 린튼은 재혼이었다. 헤지펀드를 운영하기도 했던 므누신의 재산은 46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배우 출신인 린튼은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그리 유명한 스타는 아니었다. 영화 제작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