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사태로 계란 수요는 급감했다. 산지 도매가격은 무려 25%나 급감했다. 대한양계협회는 살충제 사태 이전인 11일 169원이던 대란 1개 가격이 22일 현재 127원으로 24.9%나 폭락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소매가격에는 이런 수요와 도매가 변동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마트가 23일부터 값을 내리기로 한 ‘알찬란’ 30알(대란 기준)의 인하폭은 고작 100원이다. 30알에 6980원이던 것을 6880원에 팔기로 했다. 산지 가격은 25% 폭락했는데, 소비자 가격은 1.5% 낮추는데 그쳤다.
그래도 이마트는 도매가 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계란 수요가 절반 가까이 급감해 도매가가 폭락했다. 일단 100원 인하한 뒤 며칠 내로 계란값을 6000원대 초반까지 내려 소비를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홈플러스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한창일 때 30알 들이 계란 한 판에 7990원까지 인상한 소매가를 당장은 내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홈플러스의 계란값은 현재 이마트보다 1000원 이상 비싸다. 롯데마트도 30알 들이 한 판에 6980원인 가격을 당장 내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란 산지가격은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하루 2개 남짓 계속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소비자의 불안과 불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일부 학계와 의료계 등에서 식약처 입장을 반박하고 나서며 오히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
대한의사협회 조경환 홍보이사는 22일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을 1∼2살 영유아는 하루 24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로서 무책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살충제 계란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 서서히 나타나는 만성 독성의 영향에 대한 연구 논문과 인체 사례 보고가 없는 만큼 위해성이 없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살충제 계란을 연령대별로 몇 개 이하로 먹어도 괜찮다는 식의 정부 발표는 오히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며 “동물실험에서 나온 결과는 참고 사항으로만 간주해야지, 인간에게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한국환경보건학회도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식약처와 일부 전문가 집단이 급성 독성이 미미하다고 주장한 것은 중요한 사실을 흐릴 가능성이 있다”며 “계란은 매일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1회 섭취나 급성 노출에 의한 독성만 문제되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식약처는 “검출된 5종의 살충제에 대해 급성 위해도뿐 아니라 만성 위해도 평가를 실시해 내놓은 결론”이라며 “평생 매일 먹는 경우에 대한 위해도가 그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섭취 가능한 계란 개수는 국민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수십개에서 수천개까지 평생 매일 먹으라는 뜻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