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 부모가 범인 김모(35)씨를 상대로 낸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피해자 어머니의 법정 증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부장판사 명재권)는 22일 피해자 A씨(당시 23세·여) 부모가 김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 부모는 지난 5월 “딸이 기대 여명보다 60년 이상 이른 나이에 사망했고 갑작스러운 딸의 살해 소식에 정신적 충격을 받아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게 됐다”며 “딸이 60세까지 얻을 수 있었던 일실수익 3억7000여만원과 정신적·육체적 위자료 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 부모가 이미 받은 범죄피해구조금 7000여만원을 제외한 5억원을 배상액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 피해자의 어머니 A씨(63)는 9일 오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이후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냐"는 검사의 물음에 "아무것도 할수 없다. 수면제 없이는 하루도 잠을 이룰 수 없다"고 증언했다. 당시 A씨는 부축을 받지 않으면 걷지 못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을 이어가다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기도 했다.
A씨는 사고 이후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그는 "화장실에 혼자 가는 것도 무섭고 집에서 칼을 만지는 일도 잘 안하고 음식을 할 때는 남편이 대신 칼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A씨는 아들인 피해자 오빠의 상태도 전했다. 그는 "아들이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여동생이 옆에 있다'면서 라면이나 밥을 차려 먹다가 바닥에 음식을 둔다"며 "아들이 자꾸 '동생이 옆에 있다고, 배가 고프다고 한다'며 헛것을 본다"고 밝혔다.
당시 피해자 가족들은 이처럼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범인 김씨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A씨는 이 사건의 피고인 김모씨(34)에 대해서는 "정신병이 있다고 해서 사람을 다 죽이느냐"고 반문하며 "약한 여자를 고르는 등 계획을 세워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아는데 그걸 어떻게 병자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형을 바란다"면서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