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에 군사 공격을 단행할 경우 김정은의 동선은 어떻게 될까? 이미 구체적인 이동 지점과 동행자 명단까지 비밀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 수 없는 중국 땅으로 탈출해 현지에서 반격을 지휘한다는 것이다. 압록강 국경과 가까운 중국 거점으로 김정은과 함께 이동할 동행자 명단에는 아내 리설주와 탄도미사일 부대를 지휘하는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정보국 CIA과 영국 정보기관 M15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CIA와 MI5가 이런 정보를 입수한 건 지난해 7월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통해서라고 전했다. 한국 망명 전 두 정보기관에 '김정은의 비상 탈출계획'을 알렸다고 했다.
익스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중국으로 도피할 때 아내 리설주와 김락겸 전략군사령관,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만 데리고 간다. 김락겸 사령관은 ‘괌 포위사격' 방안을 발표한 인물이다. 김정식 부부장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주도해 왔다. 익스프레스는 “김정은이 아끼는 측근 리병철 전 공군사령관은 동행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확실치 않다”며 “김정은의 딸 김주애도 동반자 명단에선 빠져 있다”고 전했다.
탈출 목적도 설명했다. 김정은은 탈출 후 압록강 국경에서 가까운 중국 내 은신처에 머물며 북한군의 대응 작전을 짜고 전투를 원격 지휘한다는 것이다. 중국으로 가는 건 미국이 중국 영토를 폭격할 순 없으리라는 판단에서다. 익스프레스는 구체적인 탈출 시나리오를 전하며 전용기 2대가 그의 별장 가까이 있는 5개 활주로 중 하나를 통해 이륙하게 되고, 이를 위해 지금도 연료를 가득 채운 채 24시간 내내 대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김정은은 김락겸과 같은 비행기에 타고 리설주는 김정식과 한 비행기에 타기로 돼 있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올해 초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체제 붕괴가 머지 않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또 김정은 체제가 유지되는 한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