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는 우리나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원조 격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이동한 SNS 이용자들의 10년 전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 추억을 ‘흑역사’라고 부른다. 되돌리고 싶지 않을 만큼 미숙했고 치기어렸던 시절이란 뜻이다. 싸이월드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허세’였다.
스타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을 나타낼 플랫폼이 부족했던 2000년대 초중반 배우 가수 등 연예인들은 싸이월드를 활용했다. 그 중에는 과장된 발언, 지나친 자기포장, 무엇보다 작위적 연출을 금세 알아챌 수 있는 이른바 ‘설정샷’으로 ‘일촌(SNS의 팔로어 개념)’들의 조롱을 당한 연예인도 있었다. 지금은 한 시절을 추억하는 장면들이다.
싸이월드에선 눈물 설정샷이 유독 많았다. 가수 채연과 배우 구혜선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눈물을 흘리는 사진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려 일촌들에게 웃음을 안기고 말았다. 지금까지 예능‧개그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고 있는 해프닝이다. 채연은 눈물이 맺힌 얼굴 사진을 올리고 이렇게 적었다.
“난…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 ㄱㅏ끔은 눈물을 참을 수 없는 ㄴㅐ가 별루ㄷㅏ… 맘이 ㅇㅏㅍㅏ서… 소ㄹㅣ 치며… 울 수 있ㄷㅏ는 건… 좋은 ㄱㅓㅇㅑ… ㅁㅓ… 꼭 슬ㅍㅓㅇㅑ만 우는 건 ㅇㅏ니잖ㅇㅏ…^^ 난… 눈물ㅇㅣ… 좋다… ㅇㅏ니… ㅁㅓ리가 ㅇㅏ닌… 맘으로… 우는 ㄴㅐㄱㅏ좋ㄷㅏ…”
구혜선은 왼쪽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순간을 포착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공개했다. 채연이나 구혜선이나 눈물은 설정이 아닐 수 있지만, 그 순간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자신의 얼굴을 비추며 사진을 촬영한 화면 밖의 상황은 우스꽝스러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배우 장근석은 ‘허세남’으로 이름을 날렸다. 한 이동통신사 광고를 통해 얼굴을 알린 소년에서 20대 초반의 ‘남자’로 자란 장근석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다소 과장된 것으로 느낄 수 있는 글을 자주 적었다. 사진을 찍는 모습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일부 안티팬들은 장근석의 글과 사진마다 댓글을 달고 공격했다. 지금은 최고의 한류스타가 된 장근석의 패기 넘치던 시절로 기억되는 장면이다.
삼성그룹의 투자법인 삼성벤처투자가 싸이월드에 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22일 그 시절 ‘흑역사’는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NS 이용자들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던 2010년대 전후 사진들을 꺼내 보면서 풋풋했던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