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안, 생리대 실험서 'TVOC' 방출 농도 1위

입력 2017-08-22 16:15

올 3월 시민단체가 발표한 '10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에서 독성이 포함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방출 농도가 가장 높은 제품이 '릴리안' 생리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는 21일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의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에서 중형 생리대 가운데 TVOC 방출 농도가 가장 높은 제품, 팬티라이너 중 방출 농도 1·2위 제품이 모두 릴리안 브랜드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김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판매량이 많은 일회용 중형 생리대 3종, 팬티 라이너 5종, 면 생리대 1종 총 11개 제품을 실험했다. 이 11개 제품이 체온(36.5℃)과 같은 환경의 밀폐 공간 안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방출하는지 살펴봤다. 실험 결과 약 200종의 TVOC가 방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TVOC는 제품에서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성분이다. 벤젠·스티렌 등의 독성화합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김 교수는 생리대를 착용한 상황을 고려하면 "생리대와 피부 사이의 공간이 좁은 만큼 더 진한 농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향 성분이 릴리안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며 "릴리안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서 벤젠류가 검출됐는데 이는 향을 내는 데 쓰이는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향 성분이 인체에 무조건 유해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질 점막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연구된 바가 없어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김만구 교수는 2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당시 실험한 10개의 생리대에서 거의 대부분 화학 물질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한 "면 생리대도 실험했는데, 막 만들어져 나왔을 때는 굉장히 많은 화학물질이 나왔지만 삶거나 빨거나 하니까 거의 다 없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생리대와 여성 건강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기초 자료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생리대에 의한 독성 실험을 하려면 어떤 물질이 나오는지 파악하고 그 물질이 여성의 질 점막에 얼마만큼 녹아 들어가는지 알아야 한다"며 "이를 파악하는 데에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건강에 이상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SBS 프로그램 '바디 버든'을 언급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노출되는 화학물질을 줄이거나 관리하면 생리통이 없어진다는 것을 당시 6개월에 걸친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고 말했다. 여성 건강과 화학물질 노출 정도의 개연성은 이미 충분히 연구가 돼 있다는 것이다.


이어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고, 특히 여성 생리대는 건강상 문제로 직결될 수 있기에 먼저 기준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1일 3분기 품질검사 대상에 릴리안 생리대를 포함시켜 생리대 부작용 사태를 파악하고 검사에 착수하겠다고 전했다. 품질검사는 매년 유통 중인 제품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릴리안은 2015~2016년 검사에도 포함됐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현재 생리대 규제 항목은 폼알데하이드, 형광물질, 산·알칼리 등이며 논란이 된 TVOC는 포함돼 있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TVOC는 본래 접착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2년짜리 연구사업을 통해 TVOC에 대한 분석 방법을 확립하고 있고, 이후 제품 모니터링을 했을 때 TVOC가 검출된다면 위해 평가도 하고 품질 개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릴리안 제품 후기가 논란이 됨에 따라 품목에 포함했다"며 "이와 별도로 진행 중인 연구 사업을 통해서도 해당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제조사인 위생용품 업체 '깨끗한 나라'는 21일 생리불순·생리량 감소 등의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에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소비자들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사용자께서 호소하시는 증상들이 제품의 소재나 성분으로 인한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이미 제3의 전문연구기관에 분석을 맡겨 놓았다"고 덧붙였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