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폭발 사고,전기적 요인 사고 가능성 높아

입력 2017-08-22 15:03
STX조선해양 폭발 사고를 수사 중인 해경 수사본부가 최초 폭발 지점이 작업자가 없던 지하 2층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경 수사본부는 사고 사흘째인 22일 창원해경 5층 회의실에서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기관과 1차 감식을 한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

 지하 2층은 깨진 방폭등이 발견된 곳으로 전날 1차 현장 감식 후 폭발 원인으로 지목된 전기적 요인에 의한 사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사고가 발생한 9.3m 깊이의 RO(잔유) 보관 탱크가 철제 격벽으로 나뉜 3개 층으로 구성된 가운데 이 중 지하 2층에서 폭발이 최초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탱크 내부에 설치된 방폭등 4개 중 유독 지하 2층에 있던 방폭등 1개만 겉면이 깨진 채 발견된데다 해당 방폭등과 연결된 전선 피복도 일부 벗겨진 채 발견돼 이 지하2층에서 폭발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수사본부는 숨진 작업자들 발견 위치를 토대로 1명은 지하 1층에서 나머지 3명은 지하 3층에서 일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탱크에는 각 층을 오르내릴수 있는 계단이 설치돼 있지만 폭 등을 고려하면 폭발 여파로 사람이 튕겨져 나갔다고 하더라도 층간 이동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깨진 방폭등이 유일하게 있는 점 등으로 볼때 지하 2층에서 폭발이 시작됐을 가능성에 따라 전기 요인으로 폭발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수사본부는 방폭등과 전선 등 유지·관리 책임은 원청인 STX조선에 있다고 보고 이날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STX조선 관계자 조사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수사본부는 현재 결함 또는 노후화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방폭등과 전선 외 현장에서 발견된 스프레이건, 손전등 등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거나, 맡길 예정이다.

 이에 앞서 수사본부는 숨진 작업자들이 소속된 K기업 조모 팀장이 사고 당시 작업 현장을 비우는 등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현장 감식과 압수수색 결과 등을 토대로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자료 분석을 먼저 한 뒤 원청 관계자들도 차례로 조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폭발이 팬 고장으로 인해 탱크에 유증기가 가득차 일어난 것”인데 “경찰은 폭발 원인에만 집중, 자칫 작업자 실수로 전기 스파크가 발생했다고 외부에 비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이 같은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 경찰은 “전기 스파크가 폭발로 이어진 것은 팬이 정상 작동하지 않아 탱크 내 유증기가 찼기 때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한 점 의혹 없이 수사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숨진 4명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이들이 폭발에 의해 숨졌는지와 폭발에 앞서 질식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줬는지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