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이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의 10년 전 추억을 간직한 싸이월드가 재기할 동력을 얻었다. 삼성이 이 플랫폼에 수십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22일 “스타트업 투자법인 삼성벤처투자가 싸이월드에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은 “삼성이 50억원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대기업으로부터 유망한 투자처로 지목된 점만으로 싸이월드는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SNS의 원조’ 10년 전 최강 플랫폼
싸이월드는 우리나라 SNS의 원조 격이다. 200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지금의 20, 30대를 중심으로 유행했다. 아바타와 음악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단장하고 글과 사진을 공유하는 인터넷 활동은 블로그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가능했지만, ‘일촌’으로 이용자를 확장하고 유료결제 수단인 ‘도토리’로 수익모델을 만든 점은 오직 싸이월드만 가진 강점이었다.
‘일촌’은 SNS의 팔로어 개념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SNS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부터 싸이월드에 인맥관리 개념이 존재했던 셈이다. 최근 SNS에서 과장된 발언이나 지나친 자기포장으로 팔로어의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이른바 ‘허세’ 역시 싸이월드에서 처음 나타난 현상이었다. 싸이월드 이용자들 사이에서 이런 글과 사진은 ‘흑역사’로 불린다. ‘되돌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을 뜻한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스마트폰 보급량이 급증한 2010년대 들어 변화와 대응에 실패하면서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방치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싸이월드의 브랜드 인지도는 여전히 남았지만 회원들의 활동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SNS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
삼성 투자의 진짜 목적은 인공지능 실험?
삼성은 싸이월드를 통해 뉴스와 음원 등 인공지능(AI) 스피커 소비자를 겨냥한 콘텐츠를 확충할 계획을 갖고 있다. 비록 경쟁력을 상실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싸이월드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AI 관련 신사업 육성을 시도할 복안으로 보인다. SNS는 AI를 활용한 콘텐츠 상업 활동에서 가작 적합한 플랫폼이다. 막대한 자본과 방대한 자료를 축적한 IT 공룡들은 이미 SNS에서 AI 알고리즘을 도입해 이용자의 상업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구글 같은 검색엔진,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 아마존 알리바바 같은 쇼핑몰은 이용자의 정보 탐색, 콘텐츠 소비, 인맥 관리, 전자상거래를 위한 모든 활동 유형을 수집한다.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유튜브에서 강아지 영상을 자주 시청한 이용자를 애견인으로 판단하고 다음 방문에서 애견용품 쇼핑몰로 유도하는 식이다. 말 그대로 ‘취향 저격’ 서비스다.
삼성의 싸이월드 투자는 AI나 SNS와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에서 활로를 열겠다는 선언 격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디바이스를 생산하는 삼성이 AI와 SNS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으면, 애플과 같은 경쟁사들보다 우위를 점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