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없으면 장애인 차별"

입력 2017-08-22 10:46 수정 2017-08-22 10:47
국가인권위원회는 22일 고속·시외·시내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고속·시외·시내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시외버스(고속형·직행형·일반형)와 시내버스(광역급행형·직행좌석형·좌석형) 일부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사전예약을 받는 등 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아울러 인권위는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고속버스 이동편의시설 설치비 지원 사업 등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고 휠체어 이용 가능 시외·시내버스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재정·금융·세제지원을 확대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행 중인 시외버스 1만730대와 시내버스 4635대 중 휠체어 탑승 편의시설을 갖춘 버스는 경기도에서 운행 중인 직행좌석형 2층 시내버스 33대뿐이다.

이에 대해 고속·시외버스 운송사업자들은 버스를 개조,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하는 것이 현행 자동차관리 및 안전관련 법령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또 고속·시외버스 제조사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버스를 제조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 설비를 갖춰도 버스정류장 공간이 비좁아 실제 이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위가 국토부 등에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현행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건 자동차관리법령에 따라 적법한 사항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교통안전공단이 대형승합자동차(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 관련 튜닝을 승인한 건수는 243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국내 버스 제조사에서도 휠체어를 탄 상태로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용 버스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권위는 "교통사업자가 시외버스와 시내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국가·지자체의 재정지원 의무와는 별개로 교통사업자의 의무"라며 "이로 인해 교통사업자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어 사업 유지가 어렵지 않는 한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호주,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고속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관련 설비 규정을 의무화하고 모든 고속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며 "버스 1대당 1~2석으로 휠체어 탑승 공간을 한정하고 장애인이 이용시 출발 24~48시간 전 사전 예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