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포기하고 ‘테러 추모’ 1분 늦게 출발한 수영선수 (영상)

입력 2017-08-22 09:29 수정 2017-08-22 09:47

스페인 카디스에 사는 페르난도 알바레스(71)씨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수영 동호인의 최대 축제 국제수영연맹(FINA) ‘월드 마스터스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월드 마스터스 챔피언십’ 대회 출전이 죽기 전 경험해 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알바레스씨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평영 200m 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알바레스는 이날 열린 경기에서 출발 신호를 듣고도 물에 뛰어들지 않았다.

귀가 어두운 게 아닌데도 그는 출발신호가 난 후에 1분간 꿈쩍하지 않았다. 알바레스씨는 1분 동안 지난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18일 캄브릴스에서 벌어진 연쇄 차량돌진 테러를 기리는 묵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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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레스는 경기에 앞서 FINA에 ‘테러 희생자를 위해 1분 동안 묵념하는 게 어떻겠냐'고 건의했다. 그러나 FINA는 이를 거부했고, 그는 혼자 출발대에 우두커니 선 채로 묵념을 마친 뒤 입수했다. 1분 늦게 출발한 알바레스는 경쟁자들 보다 많이 뒤쳐졌다. 그의 기록도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알바레스는 경기 후 스페인 에스파뇰과 인터뷰에서 “그들(FINA)은 단 1분도 지체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 나 혼자 1분 늦게 출발했다. 1분 늦게 도착했지만, 오래 준비해온 대회지만 전 세계의 금메달을 모두 휩쓴 것보다 더 기쁘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