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은 초등학교 4학년 여자 아이다. 엄마는 몹시도 지쳐보였다. 지각을 안하고 학교를 보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는데 아이는 따라 주질 않고 거의 매일 지각을 해 학교나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이틀이 멀다하고 전화를 받아야 하는 엄마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숙제를 하는 데도 10분이면 할 것을 3-4시간은 족히 걸리다고 한다. 처음엔 타이르기로 시작했다가 고함으로, 그래도 안 되면 가끔은 화를 참지 못해 아이를 손찌검까지 한 적도 있었다. 그러자 아이도 차츰 짜증이 심해졌다. 이런 악순환이 매일 반복되다 보니 엄마도 아이도 몹시 힘들었다.
그런데 M은 왜 이러는 걸까. 성격이 느긋해서? 아니면 엄마를 약 올리려고? 아니다. 이런 아이들은 대개 뇌의 전두엽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두엽은 일을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실행 기능, 사물을 분류·정리·조직화하는 능력, 집중해 문제 해결의 전략을 세우는 고차적인 정신기능을 총괄하는 곳이다. 그러니 선천적으로 전두엽 기능이 다소라도 저하된 아이들은 한마디로 ‘머리 속이 뒤죽박죽’인 셈이다.
이런 아이들도 어떻게 도와 줄 수 있을까?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먼저 간단한 일이라도 계획표를 가시화해서 순서대로 짜보도록 한다. 예를 들어 ‘등교 준비는 무엇부터 시작해서 각각 몇 시까지는 어떤 행동을 마친다’는 식으로. 그리고 이를 카드로 만들어 눈에 띄는 곳곳에 붙여 놓는다. 또 학교에 갈 가방을 챙기는 일도 책과 공책,필기구,숙제,준비물 등 가져가야 할 물건들을 큰 종류 별로 분류표를 만들어 붙여 놓고 매일매일 해당 물품을 가방에 넣고 체크하도록 한다.
또 물건을 두는 장소를 일정하게 정해서 서랍에 표시하고 정리하는 것을 반복해서 연습시킨다. 이런 일들이 어느 정도 되면 여행 가방 챙기기,집안의 영수증 분류 등을 맡겨 조직화해서 실행하는 경험을 가져 보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감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학교에 지각을 하거나 일찍 가는 것은 ‘엄마의 일’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일’임을 알게 하는 것이다. 먼저 학교 선생님과 상의해 지각을 했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벌을 주시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처음 몇 주간은 계속해서 지각을 하고 학교에서 벌도 선다.
하지만 대개 부모들은 이 시점에서 포기하기 쉽다. 포기 하지 말고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댓가를 경험하게 해줘라. 그래도 아이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전문가를 빨리 찾는 게 좋다. 타고난 전두엽 기능이 유난히 떨어져 이런 노력 만으로는 안되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가 게을러서도 아니고 부모가 양육을 잘못해서도 아니다. 서로를 비난하고 원망하면 미움만 커진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