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버튼 눌렀나… 軍이 추정한 K-9자주포 사고원인

입력 2017-08-21 16:06

육군은 7명의 사상자를 낸 K-9 자주포 폭발사고의 원인을 자주포 내부 폐쇄기가 밀폐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약이 연소되면서 발생한 ‘화재’로 추정했다.

육군은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에서 사고 관련 언론설명을 열고 “현재까지 조사 결과 부상자 진술에 의하면 사고 자주포에서 포탄 장전한 후 원인불상 폐쇄기에서 연기가 나온 뒤 내부의 장약이 연소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조사단이 현장을 감식한 결과 화포내부에 남아있던 장약 3발이 흔적 없이 연소됐고 수많은 부품들이 외부로 튕겨져 나간 상태였다”며 “내부는 전형적인 화재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장약은 포를 발사할 때 탄을 앞으로 밀어내는 화약이다.

통상 포탄이 발사될 때 포신 앞쪽으로 연기와 화염이 뿜어져 나온다. 그러나 포신 뒷부분에 있는 폐쇄기 장치가 완전히 밀폐되지 않으면 포탄이 발사될 때 장병들이 있는 자주포 내부로 화염과 연기가 들어오게 된다. 즉 폐쇄기에서 연기가 나왔다는 것은 폐쇄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조사결과 사고 K-9 자주포의 폐쇄기는 꽉 닫혀 있지 않고 압력에 의해 약간 벌어진 상태였다. 군 관계자는 “폐쇄기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에선 격발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아 발사가 안 된다”며 “포신과 폐쇄기 사이에 ‘밀폐링'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했는지 정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발사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부상병사 2명의 증언에 대해서는 “진술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라며 “포반장까지 3명의 진술을 모두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사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발사가 됐다는 사실을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밝혔다.

육군은 이번 사고 직후인 18일부로 교육훈련 목적의 k-9 사격은 전면 중단했다. 다만 전방 지역 등에서 작전대기 중인 K-9 자주포는 실상황을 대비해 현재의 가동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 군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K-9 자주포는 1000여문에 이른다.

이번 사고의 최종 조사결과가 발표되기까지 2개월가량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임무수행 중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한 전우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고의 예우를 다하고 유가족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통제체계를 우선적으로 진단해 위험 요인을 재판단하고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