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송명훈 "2012년 대선 때 '댓글부대' 활동" 고백

입력 2017-08-21 14:42

지난 18일 팟캐스트 '사씨남정기'에 패널로 출연한 동화작가 송명훈씨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석 달간 '댓글부대' 활동을 했다고 고백했다. "시사만화의 말풍선을 채워 넣는 일을 했다"며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글귀를 말풍선에 넣어 건당 5만원씩 받았다"고 털어놨다.

송 작가는 팟캐스트에서 다른 출연진과 국정원 댓글부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 때 직접 (댓글부대를) 했다"고 털어놨다.

송 작가는 "주 5일제였다. 주 5일제로 건당 5만원씩 받으니 한 달에 수입이 70~80만원밖에 안 됐다"며 당시 댓글부대 운영방식도 설명했다. "평일 오전 9시에 메일로 그림을 받고 1시간 내에 마감해 답신하는 형태였다"며 "그해 12월 작업 수당은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두 달은 돈이 잘 들어왔는데 선거 끝나자 그 달 치가 안 들어왔다"며 "이겼으니까.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2012년 10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시사만화의 말풍선을 채워 넣는 일을 했다"며 구체적인 예시도 들었다. 만화는 4컷이나 한 컷으로 구성됐다. 만화에는 주로 문재인 당시 후보가 등장했는데 "문 후보가 아방궁에 산다거나 300만원짜리 소파에 60만원짜리 안경테를 쓰고 앉아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송 작가의 역할은 만화에 "이래 놓고 서민 대통령이라고 하면 누가 믿겠어?"와 같은 말풍선 내용을 채워 넣는 것이었다. 

송 작가는 "그때는 너무 힘들고, 빈곤해서 욕하면서 썼다"며 "자극적인 것을 안 쓰면 안 실린다"며 "단체 채팅방도 있었다"고 밝혔다. "삽화를 던져주는 조직이 있었고, 나는 거기에다 말풍선을 채웠다"며 "그거를 SNS를 통해 돌리는 조직이 또 있었다"고도 증언했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e메일로 받은 그림 형태를 보면 여러 명이 작업에 참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글을 다는 사람도 나뿐 아니라 여러 명이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송 작가는 "완성된 만화는 매일 조직적으로 유통됐다"며 "당시 한 청년 보수단체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완성된 만화를 확산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반면 댓글부대 전반을 파악하지 못했다던 송 작가는 "누가 주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점조직으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일당 5만원과 관련해서도 "돈 주는 사람 한 명만 알았다. 이름은 알지만 그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쓰던 은행 계좌도 현재 압류된 상태라 기록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송 작가는 "검찰이 당시 내가 돈을 받은 계좌를 추적하고 e메일 등 전산자료도 복원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2년 통일부에서 주최한 '통일동화공모전'에 '할머니의 메밀밭과 두루미'를 응모해 대상을 받았다. 2014년 5월부터는 팟캐스트 방송 '새가 날아든다'의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등 여러 유명 팟캐스트에 출연해 시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