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우주쇼’가 펼쳐진다. 개기일식이 99년 만에 미국 대륙에서 관측된다.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부분일식과 다르게 태양이 완전히 사라진다. 이 ‘우주쇼’는 약 90분 동안 진행된다. 현지시간으로 21일 오전 10시15분(미국 서부시간) 태평양 연안 오리건주에서 시작돼 오후 2시47분(미국 동부시간) 대서양 연안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끝난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관측이 불가능하다. 시작 시점은 한국시간으로 22일 오전 2시15분이다.
Hundreds from all over the world camped out in St. Joseph, MO ready for ! Has a festival feel here. Everyone getting excited.
— Jon Haverfield (@JonDopplerWX)
1. ‘우주의 슈퍼볼’ 흥분한 미국
개기일식은 18개월 주기로 발생한다. 하지만 지구상 모든 사람이 개기일식을 목격할 행운을 얻는 것은 아니다. 달이 태양과 일직선으로 놓일 때 지구상에서 낮인 곳만 관측이 가능하다. 그 지점은 번번이 달라진다. 미국에서 개기일식은 1918년 6월 8일 워싱턴주에서 플로리다주까지 관측된 뒤 99년 만의 일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 우주쇼를 ‘그레이트 아메리칸 이클립스(Great American Eclipse)’로 명명하고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천문학의 슈퍼볼(Super Bowl of Astronomy)’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슈퍼볼은 세계 최고 스포츠 시장을 가진 미국에서도 최대 이벤트로 여겨지는 프로풋볼 결승전이다. 그만큼 관심이 뜨겁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천체망원경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미국 이용자들은 개기일식 관찰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도심을 떠나 사막 한복판, 산악지대, 옐로스톤국립공원 등에 텐트를 치고 대기하는 상황을 사진으로 촬영해 올리고 있다.
미국 NBC 계열 오클라호마주 지역방송사 KJRH에서 활동하는 ‘스톰체이서(폭풍추적자)’ 존 하버필드는 한국 시간으로 21일 오전 10시36분 트위터에 미주리주 세인트조지프에 모인 카라반들의 사진을 올리고 “축제가 열린 기분”이라며 환호했다.
2. 일반상대성이론 다시 검증할 기회
개기일식이 시작되면 한낮을 밝힌 태양은 완전히 가려져 지상을 어둠으로 뒤덮는다. 하지만 각 지점별 관측시간은 2분30초가량으로 짧다. 개기일식은 시속 2735㎞의 속도로 미국 대륙을 횡단해 지나간다. NASA를 포함한 세계 과학자들은 그 짧은 순간 동안 개기일식을 분석해 태양의 비밀부터 물리학 이론까지 많은 것을 검증해야 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일반상대성이론 검증이다. 유태계 독일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발표했던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이론에서 무거운 질량의 천체가 중력으로 빛을 휘게 만들고, 그 결과 공간이 왜곡된다고 주장했다. 우주에서 시공간을 왜곡하는 구멍 개념의 ‘블랙홀’은 이 이론으로 설명되고 있다.
영국 천문학자 아서 애딩턴은 1919년 5월 29일 아프리카 프린시페섬에서 개기일식을 촬영해 일반상대성이론을 증명했다. 애딩턴은 한밤중, 그리고 개기일식이 발생했을 때 각각 사진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검증했다. 두 사진에서 별의 위치는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다만 사진 촬영에 적합하지 않은 기상상태 탓에 검증이 가능한 사진은 많지 않았다.
3. ‘사라진 태양을 잡아라’ 과학계도 흥분
NASA를 포함한 세계 과학계는 장비를 모두 동원해 개기일식을 관측한다. NASA는 개기일식을 촬영하기 휘해 우주선 11대, 비행기 3대, 풍선 관측기 50대 이상을 준비했다. 고공관측기 마틴 B-57 캔버라(WB-57F) 2대는 3분30초 동안 상공에서 고화질 사진을 촬영한다. 초당 확보할 수 있는 사진은 30장이다. 지상 관측시간보다 1분가량을 늘리기 위해 이 장비를 동원했다. 그동안 우주에서는 달정찰위성이 그림자에 가려진 지구를 촬영한다.
미국국립기상연구소(NCAR)는 정재계 인사들의 전용기로 사용되는 걸프스트림을 투입한다. 시속 1100㎞로 개기일식을 따라간다. 이 장비를 활용하면 지상보다 4분가량 더 긴 시간 동안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미국국립태양관측소(NSO)는 자국에서 촬영된 사진들을 모아 90분짜리 영상으로 제작하는 ‘시티즌 케이트(Citizen CATE)’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한국도 동참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직접 개발한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 장비를 활용해 개기일식을 NASA와 공동으로 관측한다. 코로나그래프는 태양 관측 망원경에 부착해 개기일식 현상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장비. 코로나는 개기일식에서 달에 가려진 태양의 둘레가 백색으로 빛나는 부분을 말한다. 이 장비를 통해 코로나의 온도 분포 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21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이 장비를 설치할 목표를 갖고 있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개기일식과 일반상대성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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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