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썹 떼면 판매 가능…DDT 검출된 친환경 계란 유통 ‘시끌’

입력 2017-08-21 05:33 수정 2017-08-21 07:52
사진=뉴시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친환경 인증 농장에서 38년 전 국내에서 사용이 전면 금지됐던 농약 ‘DDT’가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DDT가 검출된 계란은 기준치 이하의 미량인 만큼 친환경 마크를 떼고 일반 계란으로 유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683개 친환경 인증 농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한 결과 경북 지역의 친환경 농장 2곳의 계란에서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가 검출됐다고 20일 밝혔다.

DDT는 살충제의 일종으로 인체에 흡수되면 암은 물론 여러 이상 증세을 일으킬 수 있는 맹독석 물질이다. 특히 체내에 들어오면 물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대 24년으로 알려져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엄격히 금지됐다. 국내에서도 1979년 시판이 금지된 농약이다.

농식품부는 전국 683개 친환경 인증 농장을 대상으로 지난 15일~17일까지 전수조사를 통해 320종의 대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한 결과 68곳이 친환경 농가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경남의 위치한 농가 2곳에서는 DDT가 검출됐다.

그러나 이들 농가는 기준치 이하의 미량이 검출된 만큼 ‘친환경’ 마크를 떼고 일반 계란으로 유통할 수 있다. 이는 농약을 직접 살포하지 않더라도 토양이나 사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닭의 체내에 흡수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DDT는 과거 무분별하게 사용됐던 농약이어서 직접 살포하지 않더라도 토양에 남아있는 성분을 통해 닭의 체내에 흡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DDT 외에도 원예용 농약으로 알려진 클로르페나피르, 테트라코나졸 등 두 가지가 추가로 검출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DDT 검출로 정부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가 해명자료를 통해 추가 검출 사실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결국 친환경 무항생제 계란에서 검출된 농약성분은 기존 5종에서 3종이 추가돼 총 8종으로 늘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곳곳에선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조차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은 물론 DDT가 검출됐어도 미량이어서 일반 계란으로 유통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안전하다고 한 계란도 믿을 수 없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얼마나 소홀했으면 친환경 농가에서 맹독성 농약이 나왔겠냐” “계란 자체를 먹으면 안 될 듯”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