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사고, 기계 결함 가능성 제기…군당국 “조사중”

입력 2017-08-20 15:58

중부전선 최전방 육군부대 사격장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사고 원인을 놓고 폐쇄기 밀폐 불량 등 기계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포 내부에서 탄두가 폭발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사고현장에서 있었던 이들은 장비 내부결함과 탄약관리 부주의를 사고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사고로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인 부상자 2명은 “세번째 포탄 발사대기 중 포신 뒤 자주포 내부 폐쇄기에서 연기가 났다”며 “이후 안전통제관(숨진 중사)이 ‘대기! 대기!’ 외치자마자 포탄이 나가고 장약이 터지더니 후폭풍이 일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는 포의 내부결함 가능성을 의미한다. 통상 포탄이 발사될 때는 포신 앞쪽에서 연기와 화염이 뿜어져 나온다. 포신 뒷부분에 있는 폐쇄기 장치가 완전히 밀폐돼야 포탄이 발사될 때 장병들이 있는 자주포 내부로 화염과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번 사고의 경우 포신 뒷부분 탄약과 장약을 삽입하는 폐쇄기가 제 역할을 못해 연기가 새나왔고 이내 포탄발사와 폭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부상자들은 또 포사격훈련 때 평소 훈련 때보다 장약 사용량을 늘렸다고도 했다. 부상자 가족 A씨는 “평소 훈련 때 포탄 1발당 장약 3개를 사용해 쐈는데, 최근 북한 상황을 고려해서인지 이번 훈련에는 포탄이 더 멀리 날아가게 하려고 장약 5개를 넣었다고 하더라”며 “이 점도 사고와 관련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군당국은 기계 결함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군 관계자는 “화포 내에서 불이 났고, 이 화재가 폭발 때문인지는 조사 중”이라며 “만일 탄두가 폭발했다면 포는 완전히 망가지고 인명 피해가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불량 장약이나 노후 장약을 사용하는 등 평소 장약 관리가 부실하면 탄두가 산화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앞서 지난 18일 오후 3시19분쯤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육군 포 사격장에서 K-9 자주포 1대가 사격훈련 중 화재를 일으켰다. 7명이 중경상을 입어 군 헬기 등으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모(27)중사가 후송 중 숨졌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정모(22)일병이 다음날 숨지면서 사망자는 2명으로 늘었다. 나머지 5명은 현재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사격장에는 K-9 자주포 10여대가 훈련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5번째 K-9 자주포에서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K-9 자주포 내부에는 포반장, 사수, 부사수, 1번 포수, 조종수 등 5명이 탑승한다. 그러나 이날 훈련에는 안전통제관 2명이 더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