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구도심의 라스 람블라스에서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한 직후 수사의 화살은 '드리스 우카비르(28)'란 남성을 향했다. 모로코 출신인 그의 신분증이 범행 차량인 흰색 밴을 렌트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얼마 후 드리스 우카비르가 경찰서에 스스로 찾아왔다. 그는 "신분증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분증을 훔쳐간 게 동생 무사 우카비르(17)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몇 시간 뒤 카탈루냐 지방의 해안도시 캄브릴스에서 같은 형태의 차량 돌진 테러가 벌어졌다. 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한 현장에서 용의자 5명이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그 중 무사 우카비르가 포함돼 있었다.
스페인 경찰은 무사 우카비르를 바르셀로나와 주변 도시에서 벌어진 차량 테러의 주범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범행이 17세 소년에 의해 자행된 것이다. 캄브릴스 테러 당시 이들은 가짜 폭탄 벨트를 착용한 채 도끼와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
무사 우카비르는 스페인 국적자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등 그가 이용한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극단적인 생각이 담긴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는 2년 전 이용자끼리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키위'란 소셜미디어를 이용했다.
누군가 그에게 "1년 넘게 나한테 거짓말을 해온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나"라고 물었을 때는 "밤에 찾아가 권총으로 그를 죽이겠다"고 답했다가 곧 "농담이었다"며 말을 바꿨다. 이어 "세상을 지배하는 왕이 된다면 무엇을 하겠나"란 질문을 받자 곧바로 "진정한 무슬림만 남기고 모든 이교도를 죽이겠다"고 했다.
현지 언론은 그를 잘 아는 한 젊은 여성을 인터뷰했다. 그 여성은 우카비르가 테러 용의자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그는 아주 평범하고 아주 착한 소년"이라며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용하고 내성적이긴 했지만 문제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살던 곳은 바르셀로나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리폴이었다. 인구 1만1000명의 작은 도시로 주민 중 약 10%가 이민자인 곳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