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찍은 朴, ‘각본’도 없는 文… 두 대통령의 다른 소통법

입력 2017-08-17 14:41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앞둔 모두발언을 마친 뒤 웃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1월 13일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 국민일보 DB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각본’이 없었다. 질문의 내용이나 순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기자들은 궁금한 점이 있을 때마다 손을 들어 질문했고, 문 대통령은 그때그때 답했다. 일정한 ‘키워드’를 정해 놓고 예정된 순서대로 질문을 받으며 미리 작성한 ‘답안지’로 답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문 대통령은 17일 오전 11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기자 300명과 질의응답 형태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둔 2003년 6월 2일 기자들을 만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이 보름여 지난 2008년 6월 19일 대국민담화 형식의 특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권 초반의 소회와 향후 구상을 밝히기보다 ‘광우병 파동’을 잠재우기 위한 자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건너뛰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상주하는 춘추관 대신 초청한 손님을 만나는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 300명이 단상에 앉은 자신을 둘러싸는 형태로 좌석을 배치했다. 국가 최고 권력자의 ‘통보’가 아닌 국민과의 ‘대화’를 강조한 것이다.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국정철학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각본’이 없었다. 청와대는 취임 100일을 앞두고 출입기자단과 사전 질문 내용이나 순서를 공유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2014, 2015년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배포한 질문지와 언론사별 질의응답 순서가 SNS로 유포돼 비판 여론에 휘말렸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대국민 소통방식은 파면을 앞두고 불거진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문건 유출 논란에 힘을 싣고 말았다.

문 대통령은 65분 동안 한반도 안보와 대북기조, 노동 현안과 부동산 정책, 대일 역사문제 등 평소 머릿속에 담고 있었던 국정철학을 ‘각본’ 없이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