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 100일 동안 국가운영의 물길을 바꾸고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과제를 실천해 왔다. 국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고자 했던 100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안보, 정치, 경제 등 분야를 나눠 질문을 받았다. 정치 분야는 인사문제, 공영방송 정상화, 적폐청산, 개헌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 "코드인사, 극소수에 불과"
야당에서 지적하는 '코드인사' '보은인사'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균형 잡힌 탕평·통합 인사”라며 “국민도 긍정적인 평가들을 내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정철학을 함께하는 이들로 정부를 구성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 시대의 과제는 보수·진보, 네 편 내 편 편가르기 정치를 뛰어넘는 국민통합”이라며 “참여정부와 2012년 대선 때 함께 했던 분들이 있지만 소수만 발탁했고, 과거 정부에 중용됐던 사람이라도 능력이 있다면 과거를 묻지 않고 함께 하는 정부를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정부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 박근혜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발탁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했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기용했다. 여성 장관(급)도 공약대로 30% 이상 임명했다.
◇ "정권에 장악당한 언론도 문제"
공영방송 문제에선 지난 정부과 언론 모두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 동안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했던 정권도 나쁘다”면서도 “장악 당한 언론에도 잘못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는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이를 위해 입법 등 제도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의 제1 국정과제인 적폐청산은 장기적으로 해결해 가야 할 목표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은 우리 사회를 불공정하고 불평등하게 만든 반칙과 특권을 일소해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특정 사건과 세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까지 화살을 겨누고 있는 상황, 이를 일각에서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는 문제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1~2년 안에 끝나는 게 아니고 문재인정부 5년 안에 다 이뤄질 것도 아니다. 앞으로 여러 정권을 통해 노력이 계속돼 하나의 제도가 되고 문화로까지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 "개헌안, 국회가 못 만들면 정부가"
대선 기간에 공약으로 내걸었던 개헌에 대해서는 “내년 지방선거 기간에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에 변함이 없다”면서 개헌 이행을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위한 두 가지 방안을 들었다. 하나는 국회개헌특위에서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하는 개헌안을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가 앞장서서 국회와 협의를 통해 추진하는 방안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 개헌특위에서 충분히 국민주권적 개헌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정부가 개헌특위의 논의 사항들을 이어받아 자체적으로 개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중앙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에 대해서는 여지를 뒀다. 문 대통령은 “최소한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과 국민 기본권 확대를 위한 개헌에는 우리가 합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중앙권력구조를 위한 개헌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합의되는 과제만큼은 반드시 개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핵심인 재정분권의 강화도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