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7세 소녀가 이집트의 호텔 살롱에서 헤나 시술을 받았다가 팔 전체에 '화학적 화상'을 입었다. 소녀의 팔에 화상으로 생긴 흉터는 영구적으로 남게 됐다.
영국 매체 '메트로'는 16일(현지시간) 휴가차 방문한 이집트의 호텔에서 헤나 시술을 받은 뒤 팔에 평생 사라지지 않을 화상 흉터를 입게 된 7살 소녀 매디슨 걸리버의 사연을 보도했다. 헤나는 염료를 사용에 몸에 일정 기간 남기는 문신의 한 종류다. 보통 일주일 정도 지속된 뒤 사라진다. 걸리버는 9살 오빠와 함께 시술을 받았다.
걸리버의 오빠는 시술 직후 헤나가 그려진 부분이 가려운 것을 느껴 그 자리에서 물로 씻어냈다. 하지만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걸리버는 집으로 돌아와서야 팔이 조금씩 가려운 것을 느꼈다. 가려움증이 심해지자 당황한 걸리버와 부모는 팔을 물로 여러 번 씻었지만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팔 전체가 헤나 모양 그대로 부풀어 오르며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놀란 부모가 걸리버를 병원으로 데려갈 때가지 소녀는 고통을 호소하며 울부짖었다.
걸리버가 화상 전문 병원인 셀리스버리 디스트릭트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료진은 "단 한 번도 이런 경우를 본 적 없다"며 당황스러워했다. 검사 후 걸리버의 팔에서 아주 높은 산성 수치가 나왔을 때는 걸리버의 부모를 포함한 의료진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강산성 물질은 피부에 화학적 화상을 입힐 수 있다.
진료 결과 걸리버는 헤나 염료에 함유돼있던 '파라페닐렌디아민'이라는 성분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산화력이 강한 파라페닐렌디아는 염색약 등에 쓰이는 화학 성분으로 일반 제품에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 만큼의 소량만 사용된다. 그러나 자극성이 강하고 어린아이에게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하는 성분이다. 의료진은 사태가 너무 심각해 팔 전체에 퍼진 물집을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걸리버의 팔에는 평생 화상 흉터가 남게 됐다.
걸리버의 아빠 마틴은 "어쩌면 무지했던 나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위험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호텔의 잘못도 크다"며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이 위험성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가족의 이메일을 받은 호텔은 즉시 사과의 뜻을 전하며 "다시는 이 끔찍한 일이 어느 누구에게도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당장 헤나 서비스를 중지하겠다"고 말했다. 걸리버는 현재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팔 전체에 붕대를 감고 생활하는 중이다.
박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