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17일로 100일이 됐다. 인사 문제에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8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큰 사건사고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식탁을 위협한 ‘살충제 계란’이 국내에서 발견됨에 따라 ‘위기관리’ 능력을 증명하는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문재인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살충제 계란 문제는 (문재인정부 내각이) 유능한 내각인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리에 취임하면서 각 부 장관과 간부 공무원들에게 유능한 내각, 소통하는 내각, 통합의 내각 등 세 가지를 당부했고, 그 중에 첫 번째가 유능한 내각이었다”면서 “AI(조류인플루엔자)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했던 것처럼 이번 문제도 며칠 안에 정상화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후 한동안 허니문 기간을 보내 왔다.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 나갈지 국민에게 소개하거나, 지난 정부의 실정을 수습하는 일이 주를 이뤘다. 탄핵에 따른 급작스러운 선거로 인수위도 없이 출범했고 그 과정에서 인사 문제로 부침을 겪긴 했지만, 80% 안팎의 지지율로 순항할 수 있었던 데는 허니문 효과도 작용했다. 북핵 위협에 한반도에 고조된 긴장 상황은 북한과 미국이 주요 플레이어로 나선 탓에 우리 정부에 마땅한 해법이 없었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살충제 계란’ 파동은 다른 문제다. 정부가 컨트롤타워로 적극 나서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제도의 허점으로 ‘살균제 파동’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 일이 터지자 부랴부랴 검사를 하는 등 뒷북을 쳤다는 것이다.
안전문제는 국민의 최대 관심사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겪으며 촉각이 곤두섰다. 박근혜정부는 이런 문제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임기 내내 시달렸다. 국민도 지켜주리라 믿었던 국가라는 존재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시험대에 서서 100일을 보냈고, 지난 100일간의 어떤 과제보다 시급한 문제에 맞닥뜨렸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지난 7월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는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꼽았다. 세부 전략으로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를 제시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