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유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한 행사가 끝난 뒤 보낸 문자가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친구를 맺은 이들에게 청와대가 보낸 메시지였다. '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라고 시작되는 문자는 이날 행사에서의 문재인 대통령과 유가족의 발언을 상세히 정리해 공개했다. 이 글은 캡처돼 여러 커뮤니티로 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문재인' 이름으로 올린 이전의 글에는 수십에서 수백 건의 댓글이 있었는데, 세월호 유가족 초청 간담회 관련 글에는 20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다음은 카카오 채널 '대통령 문재인'에 올라온 글 전문이다.
"세월호를 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미수습자 수습이 끝나면 세월호 가족들을 청와대로 한번 모셔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중에 이렇게 모시게 됐습니다."
인사말을 하는 대통령의 목소리가 떨리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한 자리에 모인 세월호 가족들과 정부관계자들도 한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실종자 가족, 생존자 까지 총 207 분이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되었습니다.
다섯 대의 버스에 나눠 탄 세월호 가족들은 안산화랑유원지를 출발해 여의도, 광화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지나 청와대 정문을 통해 입장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참사의 원인규명을 위해 농성하고 일인시위를 하며 밤을 지새웠던 바로 그 곳들입니다. 그리고 청와대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세월호 가족들의 청와대 방문을 위해 청와대의 경호관들이 안산으로 갔고 정문을 지키던 경호관들은 본관이 바로 보이는 정문을 활짝 열어 가족들이 탄 차량을 인도했습니다.
대통령은 광화문 거리에서 단식을 함께 했던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재회했고 실종자 가족 대표인 남경원 씨와 포옹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은 직접 만든 보석함, 세월호 약전, 압화로 만든 촛불 모티브의 액자를 대통령에게 선물로 증정했습니다. 대통령은 바로 포장을 풀어 선물을 기자단에게 보여주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의 인사말이 끝난 후 세월호 가족들이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단원고 2학년 7반 찬호아버지' 라고 본인을 소개한 전영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청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민의 주인된 권리를 온전히 회복시켜야 세월호 참사 이후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는 4월 16일의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또한 강력한 법적 권한을 가진 국가 차원의 조사기구로서 2기 특조위가 진상을 제대로 밝혀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협조해주기를 당부했습니다.
미수습자 가족대표인 남경원 씨는 참사 전에 평범한 아빠였고 이제는 평범했던 삶이 얼마나 소중했던지를 알게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미수습자의 수습은 실종자 가족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계속 수색해야 한다' 고 요청했으며 '일반인 유족, 학생 유족, 선생님 유족, 그리고 실종자 가족까지 다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가족' 이라고도 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4.16 가족협의회에서 여러 역할을 맡고 있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생존자 부모와 생존학생이 발언을 이어갔으며 가족들의 발언과 질문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이 답변했습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전해철 의원, 김영춘 해수부장관이 각 부처의 대책과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2기 특조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권한을 갖는다면 더 효율적일 것' 이라고 언급했으며 국회에 계류중인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잘 될 것으로 믿고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체 보존에 대해서는 선체조사위에서 계획을 세우도록 되어있는데 국민의견과 가족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세월호 선체가 안전 체험과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은 '이 자리로 모든 것이 해결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대통령에게 하소연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늦었지만 오늘 이렇게 시작하게 됐다. 오늘 여러분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출발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이 그렇게도 오고 싶었던 청와대.
오늘 그 문이 열렸습니다.
생존자 대표 장동원씨는 '청와대 정문이 열리는 순간 눈물을 흘렸다' 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쉽게 열릴 수 있는 문이, 오늘에서야 열렸습니다. 앞으로도 열린 문과 열린 귀로 가족들의 말씀을 잘 듣고 받들어 세월호 진상규명과 실종자 수색,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함께 하겠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