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이 전국적으로 늘면서 ‘에그 포비아’(계란 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구매한 계란이 살충제 성분에 노출된 농장에서 출하된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됐거나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한 농장은 6곳이다. 경기도 남양주의 마리농장(생산자명 08마리), 경기도 광주의 우리농장(08LSH), 강원도 철원의 지현농장(09지현)과 경기도 양주의 신선2농장(08신선농장), 전남 나주의 정화농장(13정화), 충남 천안의 시온농장(11시온)이다.
◇계란 코드 확인 ‘필수’
계란에 찍힌 코드는 해당 지역번호와 생산자명을 조합해 만들어진다. 경기도는 08, 강원도는 09, 충남은 11, 전남은 13이다. 서울(01)과 부산(02) 울산(07) 등 광역시가 01~07을 쓰고 강원도부터 세종시(17)까지 숫자를 부여한다.
지난 14일 마리농장(08마리)에서 출하된 계란에서는 피프로닐 성분이 0.0363㎎/㎏, 우리농장(08LSH)에서는 비펜트린 성분이 0.0157㎎/㎏ 검출됐다. 피프로닐 국제 기준치는 0.02㎎/㎏이고, 닭에 사용하는 게 금지돼 있다. 비펜트린 국제 기준치는 0.01㎎/㎏이다.
지현농장 계란(09지현)에서는 피프로닐이 ㎏당 0.056㎎ 검출됐다. 국제 기준치보다 약 3배 높다. 신선2농장 계란(08신선농장)에서는 비펜트린이 국제 기준치의 7배인 0.07㎎/㎏ 검출됐다.
충남 천안 시온농장(생산자명 11시온)과 전남 나주 정화농장(13정화)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발견됐다. 시온농장 계란에서는 ㎏당 비펜트린이 0.02㎎, 나주 정화농장 계란에서는 0.21㎎이 각각 검출됐다. 비펜트린의 국제 기준치는 0.01㎎/㎏이다. 정화농장 계란에서는 기준치의 21배의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소비자 불신 자초
정부는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은 먹지 말고, 구매한 계란은 즉시 반품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정부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의 계란을 사용한 가공식품도 경로를 추적해 전량 폐기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이 소비자 불안을 키우고 있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정부가 ‘문제 농장’으로 꼽은 지역은 6곳이지만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곳은 7곳이다. 나머지 한 곳은 전북 순창에 있는 농장인데, 이 곳에서는 비펜트린이 0.006㎎/㎏으로 기준치를 넘지 않아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계란을 시중에 유통시켜도 된다는 의미지만 그동안 ‘친환경 인증’을 받고 계란을 유통해온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 농장 6곳 중 경기도 양주 신선2농장을 제외한 5곳도 모두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정부의 헛발질도 계속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오전 비펜트린이 추가 검출된 농장 소재지를 경기도 광주로 표기했다가 약 1시간이 지난 뒤에야 해당 지역을 경기도 양주로 정정했다. 정부는 또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넘은 계란이 시중에 유통됐다고 밝히면서 브랜드를 ‘신선 대 홈플러스'로 발표했지만, 홈플러스의 자체브랜드(PB)인 '신선대란 홈플러스'를 잘못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