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세월호 유족 앞 눈시울 붉어진 文대통령

입력 2017-08-16 18:02 수정 2017-08-16 18:56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한 세월호 희생자 유족 앞에서 슬픔을 억누른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 문재인 대통령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조금 굳은 얼굴에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먹먹한 가슴 그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억누르듯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세월호를 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집권 100일을 하루 앞둔 16일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한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 앞에서였다.

2014년 4월 16일로부터 정확히 3년4개월. 박근혜정부에서 그토록 오랜 시간을 외면당했던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마침내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났다. 참사 당시 재난구조의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 구치소에 수감돼 대면할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박 전 대통령을 대신해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미수습자 수습이 끝나면 세월호 가족들을 청와대로 모시고 싶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수색 중에 이렇게 모시게 됐다”며 “선체 수색이 많이 진행됐지만 아직도 다섯 분의 소식이 없어서 정부도 애가 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가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정부는 가족의 여한이 없도록 마지막 한 분을 찾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정부의 재난대응부터 진상규명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무능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희생자는 모두 304명. 그 중 5명의 시신은 지금까지 수습되지 않았다. 그나마 박 전 대통령 파면 직후인 지난 3월 22일 인양작업이 시작되면서 3년 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미수습자 9명 중 4명의 시신은 일부나마 수습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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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가족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3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세월호를 내려놓지 못하고 가슴 아파하는 이유는 미수습자 문제 외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도대체 왜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는 왜 그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것인지, 그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동안 청와대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너무나 당연한 진상규명을 왜 그렇게 회피하고 외면했던 것인지, 인양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지, 국민은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은 가족의 한을 풀고 아픔을 씻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다시는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세월호의 진실규명을 위해 정부가 국회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했다. 그는 “늦었지만 정부를 대표해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 희생이 반드시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오늘 이곳에 오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늦게나마 마련된 이 자리가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