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자들이 여전히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멕시코에 이어 두번 째로 길었지만, 벌어들이는 실질임금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16일 OECD의 ‘2017 고용동향’을 보면 한국의 2016년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었다. 전년도(2113시간)보다 44시간 줄었지만, OECD 35개국 평균인 1764시간보다는 여전히 305시간이나 많다. 하루 법정 노동시간인 8시간으로 나누면 OECD 평균보다 38일 더 일한 것이 된다.
노동시간이 긴 데 비해 실질임금 수준은 낮은 편에 속했다. 한국 취업자의 지난해 평균 연간 실질임금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3만2399달러로, OECD 평균(4만2786달러)의 75% 수준이었다. 또 연간 실질임금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한국 취업자의 지난해 시간당 실질임금은 15.7달러로 OECD 평균인 24.3달러보다 9달러 가까이 낮았다.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특히 장시간 근로로 악명 높은 일본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일본의 지난해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713시간으로 한국보다 356시간 적었다. 그럼에도 연간 실질임금은 3만9113달러, 시간당 실질임금 22.8달러로 한국보다 각각 6714달러, 7.2달러 많았다.
OECD 국가 중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은 지난해 평균 1363시간 일했고, 평균 실질임금은 4만6389달러, 시간당 실질임금은 34달러였다. 한국 노동자는 독일 노동자보다 4개월 더 일하면서도 연간 평균 실질임금은 독일의 70%, 시간당 실질임금은 절반에 못 미치는 셈이다.
노동시간은 멕시코와 한국에 이어 그리스(2035시간), 칠레(1974시간), 폴란드(1928시간) 순으로 많았다. 노동시간이 짧은 순으로는 독일에 이어 덴마크(1410시간), 노르웨이(1424시간), 네덜란드(1435시간), 프랑스(1472시간), 룩셈부르크(1512시간)가 뒤따랐다.
OECD 회원국 중 연간 실질임금이 가장 높은 국가는 룩셈부르크(6만2636달러), 미국(6만154달러), 스위스(6만124달러), 아이슬란드(5만5984달러), 노르웨이(5만3643달러), 네덜란드(5만2833달러), 덴마크(5만2580달러) 순이었다. 시간당 실질임금은 룩셈부르크(41.4달러), 노르웨이(37.7달러), 덴마크(37.3달러), 네덜란드(36.8), 독일(34.0달러), 미국(33.7달러) 순이었다.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멕시코는 연간 실질임금이 1만5311달러로 가장 낮은 불명예를 안았다. 이어 헝가리(2만1711달러), 라트비아(2만2389달러), 슬로바키아(2만3508달러), 에스토니아(2만3621달러) 순으로 낮았다. 시간당 실질임금이 낮은 국가는 멕시코(6.8달러), 라트비아(11.7달러), 헝가리(12.3달러), 그리스(12.3달러) 순이었다.
한편 14일 취임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노동현장에서 산재사고·임금체불·부당노동행위·장시간근로 같은 부끄러운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며 노동을 존중하는 정책을 예고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