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형 사육' 전면 금지한 핀란드, 구제역·AI 발병 '0%'

입력 2017-08-16 09:33
지난해 12월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한 충북 옥천의 산란계 농장에서 살처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양계장에 가보면 좁은 케이지를 4∼5단씩 쌓아 올렸다. 그 안에서 닭을 꼼짝 못하게 가둬놓고 기른다. 닭이 병에 걸리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스트레스 때문에 서로 쪼고 공격하니까 병아리 때부터 부리를 뭉툭하게 잘라버린다. 닭이 도저히 건강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병을 막기 위해 독성을 높여가며 살충제를 뿌린다."

“돼지 농가는 암퇘지를 스톨이라 불리는 철제 틀에 가둬놓고 인공수정과 출산을 반복케 한다. 스톨 크기는 가로 60㎝, 세로 210㎝ 정도. 그 안에서 운동능력이 퇴화한 돼지는 풀어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서로를 공격하기도 하는데 이를 막으려고 앞니를 뽑는다.”

국내 양계, 양돈농가의 실태를 전하며 축산 전문가들은 이렇게 묘사하곤 했다. 구제역이 발생할 때, 조류인플루엔자(AI)가 창궐할 때마다 동물단체와 축산업계에선 밀집사육 방식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도 결국 사육 방식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 빽빽히 가둬 놓고 진드기를 막는다며 살충제를 뿌린 것인 사람이 먹을 달걀에 묻어나왔다.

이런 악순환을 일찌감치 끊어버린 핀란드 농업환경부 장관이 지난 3일 우리나라에 왔었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와 협력 방안을 협의하고 돌아가기 전 한국경제 등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우리나라에선 보편화돼 있는 '농장형 사육'을 핀란드는 법으로 금지했다. 모든 가축에 성장촉진제나 예방용 항생제도 투여할 수 없는데, 구제역과 AI 발생률은 0%다. 

킴머 틸리카이넨 핀란드 농업환경부 장관은 당시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가 1970년대부터 추진한 동물복지 정책이 가축질병 걱정 없는 고부가산업의 토대가 됐다.항생제 사용을 제한한 건 모험이었다. 사람이 키운 동물을 사람이 먹는데, 건강하게 자란 동물이 인간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 강행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핀란드 정부는 약 20년 전부터 가축 질병을 정부가 100% 보상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는 “모험의 결과가 분만율, 성장률, 고기 품질,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며 “지금은 정부와 농부, 기업, 동물 모두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폐사하는 동물이 없고, 품질 좋은 육류를 공급할 수 있어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돼지고기라고 한다. 핀란드 대학과 농장이 협력해 돼지를 키운 결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돼지의 지방에는 포화 지방산보다 불포화지방, 천연 오메가3가 더 많았다. HK스칸이라는 업체가 이 ‘오메가3 프리미엄 돼지고기’를 세계에 수출 중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