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아들 발인날 일했던 이유…“오해 풀고 싶다”

입력 2017-08-16 07:45

“잘못된 오해 하나 꼭 풀고 싶은 게 있습니다. 4년 전 제 큰 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발인하는 날에도 일했다는 기사에 대한 것입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3년 10월 아들 덕환(당시 27세)씨를 먼저 떠나보냈다. 미국 명문대를 나와 사회봉사활동도 열심히 해온 덕환씨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개발협력 관련 일에 종사하고자 했다. 하지만 백혈병으로 이른 나이에 눈을 감았다. 

당시 김 부총리는 장례식을 치르고 곧장 업무에 복귀했다. 주요 현안이던 원자력발전소 비리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 부총리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귀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가 아들 상중에도 일을 했던 건 ‘선사후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14일 오후 7시1분 페이스북에 “많은 분들이 모르는 배경이 있다”며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그는 이날 오전 ‘경제인간담회’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휴가를 중단하고 참석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강 장관께 미안했지만 적절한 판단인 것 같다. 평시에도 그렇지만 엄중한 상황이라면 정무직 공직자에게는 공무가 늘 우선”이라며 자신이 아들의 상중에도 일을 했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오해 하나 꼭 풀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김 부총리는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원전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 책임을 맡고 있었다. 그는 “현안의 주무부처에서는 그 주에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 주 열리는 국회에서 곤란을 겪을 것이라며 간곡하게 발표를 부탁했다”면서 “저희 간부들은 장관이 상중이니 장례를 치르고 발표하자는 입장이었고, 주무부처에서는 그 상황을 알고 너무 미안해하면서도 계속 간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덕환씨의 발인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고, 다음날도 정부청사에서 대책을 발표했다. 그날 밤에는 국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방송 출연도 했다. 사정을 모르던 지인에게서는 표정과 넥타이색이 너무 어둡다는 문자까지 받아야 했다.



김 부총리는 아들이 세상을 떠났음에도 발표를 하자고 했던 이유는 “큰 애 때문”이라고 말했다. 덕환군이 공직에 있는 김 부총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큰애는 제가 공직에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며 “제가 아는 큰 애는 ‘아빠,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고 이야기할 청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표문안을 검토하면서, 그리고 발표를 하면서 제 마음은 찢어졌다. 큰애가 제 바로 뒤에 서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를 악물고 한 일”이라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 사례를 들어 자신을 ‘워크홀릭’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여러 기사에서 ‘이 사례를 들며’ 저를 워크홀릭이라고 했다. 보시는 분이 판단할 문제이니 그렇게 불러도 좋다”면서도 “그렇지만 ‘아들 발인 날에까지 일한’ 워크홀릭이란 표현은 정말 듣고 싶지 않은 말”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