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되는 '임청각' 이상룡 선생과 배우 이서진

입력 2017-08-16 00:01 수정 2017-08-16 00:01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2회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며 경북 안동의 임청각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를 약속하며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 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독립운동가들과 후손들의 현실을 임청각에 비유하면서 임청각과 주인 이상룡 선생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임청각은 대한민국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의 생가이자 9명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고성 이씨 가문의 종택이다. 이상룡 선생은 경술국치 이듬해 임청각 등 전 재산을 정리하고 식솔들과 함께 만주로 망명길에 올랐다. 만주 무장 독립투쟁의 산실인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이상룡 선생은 조국 해방을 보지 못하고 1932년 만주에서 숨을 거뒀다.

임청각 등 전 재산을 처분한 이후 이상룡 선생 후손들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다. 일제강점기 탄압은 물론 광복 이후엔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빨갱이로 몰리기도 했다. 이로인해 후손들은 거리로 내몰리거나 고아원에 가는 등 뿔뿔히 흩어졌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임청각에 대해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라며 "일제가 보복으로 집을 관통하는 철도를 놓았고 아흔아홉 칸 대저택이 반 토막이 났다"고 소개했다. 이상룡 선생 후손들에 대해서는 "손자 손녀는 광복을 찾은 뒤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제는 항일 의지를 말살하겠다며 임청각 부속 건물을 뜯어내고 마당 한 가운데 철길을 냈다. 집과 철길이 거의 맞닿아 현재의 기형적인 모습이 됐다. 고성 이씨 가문은 광복 뒤 힘을 보태 임청각을 되찾았지만 복원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었다. 결국 관리할 여력이 안돼 후손들이 2002년 국가에 헌납했다. 

이상용 선생의 직계 후손인 증손 이항증씨는 여동생과 함께 고아원인 대구 보육원에서 3년 간 지냈다. 그는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형님들은 독립운동 집안이라 중등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돈 없고 아버지 없어 고생 많이 한 조카들이 눈에 어른 거린다"고 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후손으로는 서울은행장 등을 지낸 원로 금융인 고성 이씨 탑동파 종손 고 이보형씨와 친손자인 배우 이서진씨가 있다.

문 대통령의 언급으로 임청각 복원에 속도가 붙었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임청각 바로 앞을 지나는 철로를 옮기는 중앙선 복선화 사업을 2020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이 사업이 마무리 되면 임청각 앞 철로는 폐선된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